트럼프 관세 일파만파
美실물경기 지표 속속 악화
상품수지 적자 1620억달러
관세 부과전 수입품 사재기
기업들 실적전망 포기 속출
"관세 충격 추정조차 어려워"
'헤지펀드 대부' 달리오 경고
"혼란 수습 이미 너무 늦었다"
◆ 트럼프 관세 충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 관세를 2년간 완화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자동차산업이 부담할 충격을 축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 둔화 여파를 염려하는 목소리를 달래기 위한 포석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관세 영향으로 수입품에 대한 가수요가 늘어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가 하면 월가와 경제전문가들은 관세발 침체 우려를 제기하는 등 충격은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를 방문하기에 앞서 자동차 부품 관세를 2년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세에 따른 타격은 자동차산업을 넘어 이미 미국 산업과 경제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무역수지는 물론 소비자심리와 고용시장 지표까지 크게 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상품무역 속보치에 따르면 상품무역 적자는 전월보다 9.6% 늘어난 1619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1460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며 역대 최대치다.
수입은 전월 대비 5% 증가한 3427억5000만달러인 반면 수출은 1.2% 늘어난 1807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그 내용을 보면 소비재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자동차와 자본재 수입도 함께 늘었다. 지난달 수입이 급증한 건 관세 부과를 앞두고 물량을 미리 당겨 들여온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3월에 부과한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4월 초 발표된 보다 광범위한 관세에 앞서 미국 기업들이 상품과 자재를 확보해두려는 최후의 움직임으로 수입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오스턴 굴즈비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분기 미국 경제의 패닉 바잉에 따른 재고 확보 노력이 올여름 경제 활동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일 CBS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인들의 선제적 구매로 높은 수준의 경제 활동이 발생하고 있다"며 과잉 선주문의 후과로 이 같은 부작용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에는 경제 활동이 인위적으로 높아 보이다가(look artificially high) 여름철이 되면 이미 모두 구매했기 때문에 활동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부과로 인한 수입품 가격 인상 전망은 소비자들의 심리도 위축시켰다. 미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이날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해 전월 대비 7.9포인트 낮은 86.0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0년 5월(85.9)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고용시장 둔화도 확인됐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3월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계절 조정 기준 구인 건수는 719만2000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산업계를 집어삼키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실적 우려 속에 최근 실적발표에서 가이던스(실적 전망)를 아예 보류하는 새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M·UPS·제트블루·볼보·스냅 등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올해 순익 가이던스 공표를 보류했다. GM은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가 향후 실적을 전망할 수 없게 했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관세정책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트인에 쓴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촉발한 혼란이 진정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달러 기반의) 통화질서와 (미국) 국내 정치질서, 국제질서가 붕괴하기 직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