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음 돌린 ‘온건파’ 재무장관 주목
면담서 “사람들이 中 때리면 좋아한다”
대중관세 올리고 다른 나라와 협상 제안
치솟는 美 국채금리 위험성도 강조
‘월가의 천재’ 알려져…영향력 커질 듯
하지만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을 부쩍 늘리며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했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융단폭격’ 대신 중국에 대한 관세 공격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베선트 장관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9일(현지 시간) 통상 전쟁의 운전석(driver’s seat)에 이제 베선트 장관이 앉아있다고 전했다.
● ‘깜짝 발표’ 결정타는 베선트 면담
폴리티코,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증시 폭락에도 좀처럼 굽히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180도 돌린 결정타는 베선트 장관과의 면담이었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채 금리 급등(가치 하락) 추이가 심각하다며 “이러다간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채 상환 비용이 가파르게 늘어 연방정부 재정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선 관세 부과를 완화하고, 중국에는 강경책을 유지하는 이른바 ‘갈라치기 전략’을 제시했다.특히 이날 오전 7시 중국이 대미 관세를 84%로 50%포인트 인상하겠다는 보복 조치를 발표하자 베선트 장관은 “중국을 출구전략(off-ramp)으로 사용하자”고 더욱 강하게 주장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사람들이 중국을 때리면 좋아한다”며 “중국 공격의 강도를 끌어올리고, 다른 나라들과는 협상에 나서자”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18분 트루스소셜을 통해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전격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베선트 장관과 러트닉 장관만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로 긴급 호출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은 발표 사실을 뒤늦게 접했다.
● “월가의 천재”… 사임설 극복베선트 장관은 월가의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출신이다. 1962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나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민주당 후원자인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는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에서 활동했다. 이곳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거친 뒤 2015년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을 창업했다. 베센트는 2017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후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월가의 천재”라고 부르며 총애했다.그러나 베선트 장관은 최근 사임설도 일부 제기되며 입지가 흔들렸다. 재무장관직을 놓고 경쟁해 껄끄러운 사이로 알려진 러트닉 장관 등의 목소리가 정책에 더 많이 반영되고,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언론은 당분간 베선트 장관이 관세 정책을 지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선트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베선트 장관을 중용하면서 참모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P통신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중국과의 통상 전쟁중 나바로 고문과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이 관세 정책을 놓고 대립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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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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