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고도예]“그저 두렵다”… 어느 특사경의 고백

3 days ago 11

고도예 사회부 기자

고도예 사회부 기자
“솔직히 막막하죠. 이 일 안 하고 싶어요.”

최근 만난 정부 부처의 한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은 이같이 토로했다. 10월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검사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지 않게 되면 어떻게 수사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법률 전문가도 아닌 내가 지휘도 없이 수사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피의자 측의 고소·고발에 시달릴 텐데 누가 책임져 줄 것인지 두렵다”고 했다.

특사경은 금융이나 환경, 노동 등 특정 분야에서 경찰처럼 수사 권한을 가지는 행정 공무원이다. 현재 전국에 포진한 특사경은 2만 명에 달하지만 이 업무만 전문으로 해온 수사관은 거의 없다. 대다수 공무원이 순환 보직 중에 수사 업무를 맡게 되는데, 10명 중 8명은 수사한 지 3년이 채 안 되는 이른바 ‘신참’이다. 이들이 그동안 검사로부터 법리 적용과 절차에 대해 개인 과외 수준으로 세세한 지휘 감독을 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검찰청이 문을 닫고 공소청으로 바뀌는 10월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따라 공소청 검사의 직무에서 특사경 지휘 감독권이 제외됐다. 검사가 수사에 관여할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지만, 특사경을 누가 어떻게 지휘 감독할지에 대한 후속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뚜렷한 후속 대책 없이 공소청이 출범한다면 특사경은 수사 과정의 적법성을 스스로 판단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가령 압수한 휴대전화 속 사진 수천 장 가운데 무엇이 법원의 영장에 따른 적법한 증거인지 스스로 가려야 하는데, 이는 베테랑 수사관에게도 쉽지 않다. ‘위법 수집 증거’를 가릴 기준은 법전이 아닌 수많은 판례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법률가가 아닌 행정 공무원이 이를 명확하게 숙지하고 현장에서 적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특사경이 확보한 증거가 법원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부정돼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2019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특사경은 시험 결과 조작 혐의로 한 제약업체 임원을 수사하다가 그가 환경부 산하 기관 직원에게 뇌물을 건넨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사경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은 시험 결과 조작 혐의에 국한된 것이므로 이를 벗어나 뇌물 혐의에 대한 자료를 압수한 건 위법”이란 이유였다.

최근 법왜곡죄까지 신설되면서 특사경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사관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할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공포는 수사 동력을 위축시킨다. 현장에서는 특사경이 고소·고발 위험이 큰 민감한 사건을 인사이동 전까지 뭉개거나 방치하는 ‘사건 적체’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수사 지연에 따른 피해는 결국 범죄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민에게 돌아간다.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 감독을 완전히 폐지할지는 앞으로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다시 한번 논의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특사경에 대한 법률 지휘와 통제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 무엇보다 특사경에게 가장 효과적인 법률 조언을 제공한다는 원칙 아래 충분한 숙의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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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예 사회부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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