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는 이 게임을 이미 해봤다”는 자조도 적지 않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보수 표심이 결집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그것만 기대서는 안 되고, 보수 표심 결집을 유지하면서 중도층까지 끌어들여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두 번의 총선도 잠깐의 지지율 상승에 취해 중도층 공략을 머뭇하다 참패를 당한 바 있다. 2024년 총선 지역구에서 45.1%를 득표하고도 90석에 그친 이유도 중도층 표심을 잡지 못해서다.
문제는 장동혁 대표가 중도층 공략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요구를 거부한 장 대표는 바닥을 치는 당 지지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커지는 ‘2선 후퇴론’에도 지도부는 장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는 카드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상당수 후보들은 장 대표를 이미 ‘손절’하고 선거운동을 따로 하고 있다.
사실 국민의힘에 등을 돌린 중도층의 마음을 다시 잡을 답안지를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먼저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 대한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의 진정 어린 사과다. 3월 9일 의원 전원이 ‘절윤’ 결의문을 낭독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거론이 될 때마다, 유권자를 만날 때마다 사과하고 또 사과하면 된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혐의 역시 2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만큼, 당의 공식 입장도 나와야 한다. 체포영장 집행 당시 용산 사저로 몰려갔던 의원들이 조금만이라도 고개를 숙인다면 지도부의 부담을 덜고 중도층 마음도 더 녹일 수 있을 것이다.2004년 ‘천막 당사’로 당을 구해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도 답안지에 적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총선을 불과 22일 앞두고 당 대표를 맡아 상황을 반전시켰는데, 지방선거는 30일 넘게 남았다. 마지막 답안지는 결국 ‘보수 연대’를 적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야당에 불리한 정권 2년 차 선거를 보수가 분열된 채 3자 구도로 치른다는 건 패배를 자인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손을 잡고, 무소속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도 닫아 두진 말아야 승리의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미식축구에서 종료 직전 패색이 짙은 팀은 쿼터백의 롱패스 1번으로 기적 같은 역전을 노리는 ‘헤일 메리(hail mary)’ 전술을 구사한다. 성모송을 인용한 이 전술은 최근 개봉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도 성공했다. 유럽우주국(ESA)이 11.9광년 떨어진 항성계에 그레이스 박사를 보내 종말을 앞둔 지구를 구해낸 것. 시간도 충분하고 구체적인 답안지까지 나와 있는 국민의힘의 ‘헤일 메리’는 이보다야 쉽지 않겠는가.
유성열 정치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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