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경찰은 이 사건을 자작극 의혹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정 후보와 피의자가 사건 전 통화한 기록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1988년생 청년 정치인 정 후보는 시민에게 다가가 대화를 청하는 밀착형 길거리 인터뷰 숏폼 영상을 앞세워 인지도를 쌓아 왔다. 숏폼 영상은 수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유세차 위에서 이름만 외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과 눈높이를 맞춘다는 전략이었다.
후보가 카메라 앞에서 발언하면, 한 편의 콘텐츠가 뚝딱 완성되는 숏폼 구조는 신인 정치인의 유세 효율을 끌어올렸다. 비록 선거에서는 거대 양당에 밀려 1.56%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지만, 이 숏폼 전략 덕분에 인지도를 높이고 지역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자작극으로 의심받는 이번 피습 사건에서도 같은 매체 활용 방식이 그대로 작동했다. 사진은 사건의 충격을 즉각 전했고 커뮤니티 게시글은 지지층의 분노를 모았다. 깁스를 한 채 나선 공동 유세 쇼츠는 결속의 장면을 송출했다. 한 정치인의 위기가 극복 서사로 가공됐다.
짧고 강렬한 인상으로 시선을 붙잡아야 하는 숏폼 생태계에서 정치인들은 정책 비전보다 즉각 반응을 끌어낼 장면을 연출하는 쪽으로 기울기 쉽다. 숏폼 덕분에 유세 속도와 효율은 높아졌다. 그러나 선거의 핵심이어야 할 정책은 점차 뒤로 밀리고 있다. 60초 미만의 영상에 지역 현안이나 정책 검증이 담기기 어려우니 결국 자극과 이미지만 남는다.
이런 와중에 제도적 검증 장치까지 허술하니 정치는 더욱 숏폼화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 TV 토론회는 주요 지역에서 형식적으로 단 1회 개최되는 데 그쳤다. 게다가 밤 11시 심야 시간대 송출이 주를 이루다 보니 유권자들이 맥락을 살피며 차분히 따져보기도 쉽지 않았다. 상대를 면박 주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로만 편집된 토론 내용이 숏폼으로 유통됐다. 정 전 후보가 지난달 후보자 토론 도중에 가방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꺼내든 것도 정치 숏폼화의 한 단면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당시 후보를 향해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가 끝났지만 시민 앞에 의혹을 떨칠 의향이 있느냐”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려 했다. 차분히 따져 물었어야 할 사안조차 숏폼식 퍼포먼스로 소비됐다.숏폼 생태계는 논의의 깊이보다 찰나의 감정에 기댄다. 타인과 교류하는 공론장이라기보다 동질감을 확인하는 공간에 가깝다. 차분한 토론과 이성적 합리를 앞세워야 할 후보들이 더 절박하게 자극에 매달린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야 할 주체는 결국 유권자이고 시민이다. 60초의 영상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포장할 수는 있어도 그의 역량과 도덕성까지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화면의 자극에 휩쓸리기보다 그 인상 뒤에 생략된 맥락과 비전을 짚어 물어야 한다.
임현석 디지털랩 전략영상팀장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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