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건희]30년 미룬 이륜차 주차 단속, 준비 없이는 실패한다

7 hours ago 6

조건희 사회부 차장

조건희 사회부 차장
지난 주말 집 근처에서 네 살 아이와 인도를 걷고 있었다. 등 뒤에서 부릉 소리가 나더니 배달 오토바이가 다가왔다. 황급히 아이의 손을 끌어당겨 비켜서자 오토바이는 그대로 인도를 내달려 상가 앞에 멈췄다. 운전자는 시동도 내리지 않은 채 음식을 픽업하러 들어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소방차 전용 구역에도, 횡단보도나 학원 출입구 앞에도 오토바이가 서 있었다.

경찰청이 지난달 이륜차 불법 주정차에 과태료를 물리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오토바이 주인에게 3만∼9만 원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승용차라면 새삼스러운 것 없는 규정이다. 놀라운 건 오토바이가 이 규정을 30년 넘게 적용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승용차에 ‘차주 책임’ 과태료가 도입된 건 1996년이다. 현장에서 운전자를 붙잡아야 물릴 수 있는 범칙금과 달리, 번호판을 찍어 차주에게 과태료 고지서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오토바이는 여기서 빠졌다. 당시 50cc 미만은 아예 번호판도 없었고, 큰 오토바이도 차적 관리가 허술해 고지서를 보낼 주소를 특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 탓에 법의 공백이 30년간 이어졌다.

그사이 도로가 바뀌었다. 배달 경제 규모는 41조 원까지 커졌다. 오토바이는 골목의 조연에서 도심 교통의 주역이 됐다. 이륜차 불법 주정차 신고는 2018년 2300여 건에서 최근 10만 건 수준으로 폭증했다. 인도를 뺏긴 보행자가 차로로 내몰리고, 소방차가 설 자리를 오토바이가 차지하는 장면이 일상이 됐다. 불편한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안전의 문제가 된 것이다.

해외를 보면 이런 풍경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깨닫는다. ‘스쿠터 왕국’ 대만은 곳곳에 오토바이 전용 주차면을 마련했다. 프랑스 파리도 2022년부터 이륜차에 노상 주차 요금을 물린다. 공간을 내주고 규칙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다만 순서는 틀리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2006년 주차장도 확보하지 않은 채 ‘무관용 단속’부터 실시했다. 이른바 ‘미도리 아저씨’(주차 감시원의 별칭)가 고지서를 뿌려대자 혼란이 닥쳤다. 단속이 심한 도심 배달을 피하거나 오토바이를 지키는 사람을 한 명 더 태우는 ‘2인 1조’ 꼼수를 쓰면서 배달 단가가 치솟았다.

우리 준비는 일본보다 나을까. 서울에 등록된 이륜차는 43만 대인데 이륜차 전용 주차장은 693면뿐이다. 법적으로 이륜차도 일반 주차장을 쓸 수 있지만 현장에선 돌려보내기 일쑤다. 입법예고에 반대 의견 1000여 건이 달린 이유다. 세울 곳도 안 만들고 과태료부터 물리려 한다는 라이더의 항변을 억지라고만 할 수는 없다. 30년 만의 변화인 만큼 준비도 촘촘해야 한다. 배달 픽업이 몰리는 번화가엔 보행을 방해하지 않는 곳에 오토바이 정차 구역을 늘려야 한다. 일부 시군구가 설치했지만 충분하지 않다. 주택가엔 자투리 땅을 활용한 거주자용 이륜차 주차면이 필요하다. 배달 경제의 혜택을 보는 관련 플랫폼도 지원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과태료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모두가 바라는 건 오토바이를 제자리에 세우고 시민이 인도를 돌려받는 새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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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희 사회부 차장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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