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언론 자유는 귀중한 선물…수감된 기자들 석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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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첫 기자회견]
언론사 AI 사용, 책임감· 통찰력 강조
언론인들과 일일이 악수…친근함 보여

  • 등록 2025-05-12 오후 8:14:37

    수정 2025-05-12 오후 10:05:59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투옥된 기자들의 고통은 국가와 국제사회의 양심에 도전하며 우리 모두에게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소중한 선물을 보호해 달라고 촉구한다”

레오 14세 교황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AP)

제267대 교황에 선출된 레오 14세(69·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는 12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진실을 찾고 보도하다 투옥된 언론인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를 거쳐 지난 8일 새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가 취재진과 만남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선종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3년 즉위 후 사흘 만에 언론인과의 소통 시간을 가진 바 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바오로 6세 홀은 매주 수요일 오전 교황의 일반 알현 때 쓰이는 곳으로 6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곳이다. 이날 오전 10시 교황이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자 홀을 가득 메운 수 천여 명의 언론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며 그를 맞았다.

언론인들의 환대에 두 손 들어 화답한 교황은 자리에 앉은 뒤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들고는 이탈리아어로 차분히 읽어내려갔다. 교황은 “언론 보도의 자유라는 귀중한 선물이 지켜져야 한다”며 “평화를 위해선 서로의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인들은 평화를 위해 말을 사용하고, 전쟁을 거부하며, 목소리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당파적이고 이념적인 공격으로 인해 양극화된 ‘말의 전쟁’을 종식시키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또 “언론이 인공지능(AI)을 사용할 때 책임감과 통찰력을 지녀야 하고 이념적·당파적 공격의 ‘바벨탑’을 떠나 편견과 분노, 광신, 증오를 해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언론이 전 세계 불평등과 빈곤이 주목받도록 하는 최전선에 남아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교황은 약 10분간의 연설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와 20여분간 객석에 있는 언론 관계자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레오 14세 교황이 12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와 객석에 있는 언론 관계자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사진=AP)

교황은 본격적으로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교황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 앞에서 첫 부활 삼종기도를 진행해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교황은 “오늘날 세계는 제3차 세계대전이 조각조각 벌어지는 극적인 시나리오를 겪고 있다”면서 “전 세계 강국에 거듭 호소한다. 더 이상 전쟁은 안 된다. 전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10일 바티칸 시노드홀에서 추기경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교황이라는 직책이 권위나 특권이 아닌 봉사의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날 전임 교황의 무덤도 참배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리석 무덤 위에 흰 꽃 한 송이를 놓고 잠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한편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오는 18일 거행된다. 국내에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천주교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이 즉위 미사 참석을 위해 바티칸으로 향할 예정이다. 로마에 머물고 있는 염수정 대주교도 즉위 미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오 14세 교황이 12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와 객석에 있는 언론 관계자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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