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된 한국인 300인, 귀환길도 쉽지 않네…정부 “미국 사정에 출발 미뤄져”

3 hours ago 1

이송 작전에 돌발변수

전세기 애틀랜타로 떠났지만
10일 현지출발 일정 돌연 연기
외교부 “美와 계속 협의할 것”

완공 2% 앞두고 멈춰선 공장
조지아 지역사회 충격·우려
“해외 투자자들 내쫓는 조치”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계류장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가 항공 유도원의 신호에 따르며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계류장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가 항공 유도원의 신호에 따르며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이르면 11일 오후 한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조지아주 구금 한국인 근로자의 귀국 일정이 늦춰졌다.

외교부는 10일 공지를 통해 조지아주에서 10일 오후(현지시간)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해 한국으로 올 것으로 기대됐던 300여 명의 구금 한국인 근로자 이송 계획에 대해 “미국 측 사정으로 10일 출국이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정부는 미국 측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출국자 신병 처리 과정에서 미국 이민 당국의 새로운 문제 제기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는 “가급적 조속한 출발을 위해 미측과 협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해 교섭 창구가 여전히 가동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미 양국이 협의한 계획대로라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HLGA)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체포돼 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은 애틀란타국제공항에서 10일 오후 2시 30분을 전후해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이륙할 예정이었다.

미국 조지아주 한국 공장에서 체포·구금된 한국 노동자 350여명을 수송하기 위한 대한항공 보잉747-8i 전세기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해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미국 조지아주 한국 공장에서 체포·구금된 한국 노동자 350여명을 수송하기 위한 대한항공 보잉747-8i 전세기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해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양국 협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한국에서 전세기편이 이미 출발해 애틀란타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미 이민당국이 당초 약속한 10일 출국 일정을 크게 지연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7일 “한국과 관계가 매우 좋다”며 우호적 메시지를 낸 상황이다.

양국 간 추가 협의로 하루 정도 출국 일정이 지연될 경우 구금 근로자들은 현지에서 11일 오후 전세기에 탑승해 한국시간 12일 저녁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이송 계획은 구금시설로부터 최초 육로 이동과 전세기 이용까지 장장 20시간이 걸리는 유례 없는 대규모 작전에 해당한다.

한국인 구금자들은 구금시설인 D 레이 제임스 교정시설을 나와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준비한 버스로 애틀랜타국제공항까지 이동해야 한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안에 버스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안에 버스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포크스턴 구금시설에서 애틀랜타국제공항까지는 약 430㎞, 일반 승용차로 4시간30분가량 떨어져 있다. 300여 명이 탑승한 여러 대의 버스가 동시에 이동하고, 버스 행렬의 앞뒤를 ICE 요원들이 따라붙는 방식이다. 여러 대의 버스로 육로 이동에만 5시간 안팎이 걸리는 초유의 상황이다.

한미 양국은 당초 육로 이송시간을 고려해 전세기를 포크스턴에서 차량으로 약 50분 거리에 있는 잭슨빌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공항 여건상 애틀랜타국제공항이 최종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 근로자들은 애틀랜타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일반 승객들이 이용하는 터미널을 이용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본토에서 발이 떨어질 때까지 일반인과 접촉이 허락되지 않는 상태가 철저히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기에 탑승하면 항공기의 국적 국가가 비로소 사법적인 관할권을 갖게 된다. 이 순간부터 구금됐던 근로자들이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다.

애틀랜타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는 약 15시간20분에서 16시간 정도가 걸린다. 인천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하면 20시간가량에 걸친 한국 근로자들의 이송작전이 마무리된다.

사진설명

한국인 근로자들의 대규모 이송 논의가 전개되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도 무리한 단속을 둘러싼 비판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재 건설 중인 HLGA가 공정 98%까지 달성해 가동을 눈앞에 뒀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로컬 매체인 서배너 모닝뉴스에 따르면 엘라벨이 속한 브라이언카운티의 민주당 위원장인 코리 포먼은 “제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 분야에서 그들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단체 코스털 조지아 포 데모크러시(Coastal Georgia for Democracy)의 공동의장인 수전 포츠는 “이번 조치는 조지아주의 경제적 미래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잠재적 투자자들이 조지아에 투자할지 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분명 조지아의 전기차 산업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 이민당국의 급습 엿새째를 맞은 9일 오후 HLGA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은 여전히 멈춘 채로 남아 있었다. 고공작업을 위한 작업차량 여러 대는 고개를 든 채 덩그러니 놓여 있다.

다만 이곳에선 간간이 차량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재개할 공사를 준비하려는 움직임 역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 구금된 근로자들이 쓰던 짐을 포장한 것으로 보이는 상자와 캐리어가 LG에너지솔루션 사무공간 앞에 놓여져 있다. 엘러밸 최승진 특파원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 구금된 근로자들이 쓰던 짐을 포장한 것으로 보이는 상자와 캐리어가 LG에너지솔루션 사무공간 앞에 놓여져 있다. 엘러밸 최승진 특파원

LG에너지솔루션이 쓰는 현장 사무실 앞에는 구금됐던 근로자들이 쓰던 짐들을 포장한 상자와 캐리어 50여 개가 놓여 있었다. 이들 짐은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ICE 구금시설 등에 구금된 이 회사 직원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짐이다.

구금된 근로자들은 이르면 10일 포크스턴 구금시설에서 버스를 타고 곧장 애틀랜타국제공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기에 동료들이 대신 짐을 싸서 한국으로 보내도록 준비한 것이다.

상자·캐리어에는 구금된 직원들의 주소지가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 앞에는 대형 트럭이 대기하고 있는데, 남은 직원들이 짐을 싣기에 앞서 이를 점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출장 온 직원들이 쓰던 렌터카도 일부 남아 있는데 이런 것들 역시 현지에서 모두 정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