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11일 “모든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한 ‘한덕수로의 대선 후보 변경안’이 전날 당원 투표에서 최종 부결된 데 따라 한 전 총리가 대선 레이스 하차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핵직을 내려놓고 이달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9일 만이다.
한 전 총리는 이 오전 9시 30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결정 전후 제게 보내주신 응원과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자와 지지자분들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기원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돕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한 전 총리는 이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이동해 김 후보를 만나 “모두가 똘똘 뭉쳐 국가 기본체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분들에 대해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국회에서 진행된 단일화 담판이 결렬된 후 3일 만에 만난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포옹하며 인사를 주고받았다.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제가 사부님으로 모시겠다.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아 달라”는 김 후보 제안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적절한지 논의하는게 좋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한 전 총리는) 선거를 치러 본 적이 없고 평생 공무원으로 지내 온 사람인 만큼 어떻게 하는 게 적절한지 검토해 봐야 한다는 뜻”이라며 “(아직 선대위원장과 관련해) 구체적 제안이 오거나 실무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 측은 조만간 캠프 사무실을 비우는 등 정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 지명 이후로 범보수 진영에서 제기됐던 ‘한덕수 대망론’이 실제 출마 ‘구일몽’으로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전 총리가 출마하기 전부터 주변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대선 후보 지지율 1·2위를 다퉜던 반 전 총장은 2017년 1월 귀국 당시 “정치를 교체하겠다”며 출사표를 냈지만 20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는 이보다 더 빠른 9일 만에 대선 레이스에서 퇴장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