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단종 한국 게임, 다시 켜다' 특별전국립중앙도서관이 서비스 종료(단종) 게임을 디지털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학계와 게임업계, 공공기관 전문가들은 게임을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사회·문화적 기록으로 바라보고, 공공 차원의 장기 보존 체계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2일 서울 디지털도서관 대회의실에서 '단종 게임 보존과 활용' 세미나를 개최했다. '단종 한국 게임, 다시 켜다' 특별전 개막과 연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게임 보존 전문가와 유관기관 관계자가 참석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2일 서울 디지털도서관 대회의실에서 '단종 게임 보존과 활용' 세미나를 개최했다.첫 발표에 나선 이정엽 순천향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국내 최초로 추진된 단종 게임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국내 게임이 애플Ⅱ, MSX, SPC-1000 등 초기 PC 플랫폼부터 콘솔·아케이드·모바일·온라인 게임까지 범위가 매우 넓고, 특히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 종료와 함께 복원이 어려운 특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국산 게임과 국내 이용자가 많이 즐긴 게임, 정식 발매 콘솔 게임 등을 우선 대상으로 목록을 구축하고, 국립중앙도서관 환경에 맞는 메타데이터 표준안도 마련했다. 미국과 일본 사례를 참고하되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12개 영역, 22개 항목으로 압축했다.
국립중앙도서관 '단종 한국 게임, 다시 켜다' 특별전이 교수는 “독일처럼 게임 소프트웨어 납본을 의무화해 공공이 장기적으로 보존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게임박물관이나 전문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게임 유산을 체계적으로 이관·보존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윤대진 게임문화재단 팀장은 게임 보존의 당위성을 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게임 문화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물질적 요소'와 이용자 규범·가치관·상호작용 등 '비물질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윤 팀장은 “게임은 2022년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 장르로 인정받았고, 이제는 산업을 넘어 문화유산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게임은 인간의 놀이 본성을 담고 있으며 예술, 사회문화, 미디어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디지털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도서관 '단종 한국 게임, 다시 켜다' 특별전박두산 넥슨뮤지엄 관장은 게임 보존이 기존 문화재와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 아카이빙을 '객체', '상호작용', '관계'라는 세 가지 층위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관장은 넥슨의 '바람의나라' 초기 버전 복원 사례를 소개하며 “출시 17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원본 소스코드와 개발 문서는 모두 사라져 있었다”며 “개발자들이 개인적으로 보관하던 디스켓과 CD를 모아 복원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은 데이터만 보존한다고 동일한 경험을 재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다”라며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 이용자 공동체가 만들어낸 역사와 문화까지 함께 기록해야 진정한 게임 아카이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연수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특별전이 단종 게임을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당시 이용자의 생활문화와 감성을 담은 문화적 자산으로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 장서의 범위를 게임 콘텐츠까지 확장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게임 자체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축적한 경험과 문화를 미래 세대에 전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기 보존을 위해 온라인 게임 소스코드 납본 제도와 서비스 종료 게임의 에뮬레이션 환경 구축, 연구 목적의 저작권 예외 규정 마련, 대학·게임사·공공기관 간 협력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3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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