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주식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와 기업 관여 활동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자금 배정과 회수에 반영한다. 위탁운용사에 주주권 행사를 단계적으로 맡기기에 앞서 운용사의 전문성과 이해상충을 관리할 통제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일 제6차 회의를 열어 ‘위탁운용사 수탁자책임활동 이행점검 체계’를 심의·의결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적용할 수탁자책임 활동 기준을 제시하고 준수 수준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골자다. 평가 결과는 향후 위탁자금의 배정과 회수 등에 반영될 전망이다. 운용사가 관련 지침과 보고서를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한 발 나아가 실제 주주활동을 평가하기로 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를 선정·평가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 지침 수립, 책임투자 보고서 작성 여부 등에 1~2점의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국내주식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율은 2017년 14.7%에서 지난해 100%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실제 의결권 행사와 기업과의 대화, 이해상충 관리 수준을 들여다보는 질적 점검체계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제도는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직접 맡기는 단독펀드 시범사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금위는 지난 3월 현행 투자일임 방식인 국내주식 위탁자산 일부를 단독펀드로 바꿔 운용사가 자기 명의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보고받았다. 현행 투자일임 방식에서는 위탁자산의 명의가 국민연금에 남아 운용사별로 의결권을 달리 행사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단독펀드로 바꿔 운용사의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역량을 갖춘 일부 위탁운용사부터 시범 적용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599개 기업의 2968개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이 가운데 257개사(1320건)는 위탁운용사가 행사했다. 새 평가체계가 실제 자금 배정과 회수로 이어지면 운용사의 주주활동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국내 운용업계의 전문인력·조직 부족과 금융그룹 계열 운용사의 이해상충 가능성, 국민연금의 영향력 분산 가능성은 과제로 꼽힌다.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일 경우 운용사의 독립적인 투자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금위는 이날 2025년도 기금운용 성과평가안도 심의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8.82%의 수익률을 기록해 231조6000억원의 운용수익을 거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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