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고문 기술자’ 이근안, 향년 88세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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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 전 경감. 사진 뉴시스

이근안 전 경감. 사진 뉴시스
1980년대 군사 정권 당시 ‘고문 기술자’로 불리며 국가 폭력의 상징적 인물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씨(88)가 25일 숨졌다. 이 씨는 2023년 부인과 사별한 뒤 홀로 지내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소한 상태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논평을 내고 “죽음은 그가 저지른 만행을 지울 수 없으며, 민주주의 역사에 새겨진 피해자들의 고통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1970년 7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한 이 씨는 1984년 경감으로 승진해 경기경찰청 공안분실장으로 근무했다. 1980년대 공안 사건을 수사하며 전기·물 고문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1985년에는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민주화 인사들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 강제 감금하고 고문했다.

5공 청산 과정에서 그의 고문 행위에 대한 피해자 진술이 잇따르면서 이 씨는 1989년 수사 대상에 올랐고, 이에 우편으로 사표를 낸 뒤 잠적했다. 이후 10년 만인 1999년 자수했고 2000년 고문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2006년 출소 후에는 개신교 목사가 되며 종교활동에 나섰지만 2012년 목사직에서 면직됐다. 그는 2012년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그때는 사상범을 잡는 게 애국이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고문 피해자를) 쥐어박으면 안 되는데 그게 내 잘못”이라고 해 또 논란이 됐다. 2020년에는 도피 당시 지급받지 못했던 퇴직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 씨의 별세 소식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6일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고문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고 했다. 빈소는 서울 동대문구 동부병원에 차려졌다. 발인은 27일.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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