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뱃짤?’ 소중한 주머니! 고양이 원시 주머니의 역할 [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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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귀여운 ‘뱃짤?’ 소중한 주머니! 고양이 원시 주머니의 역할 [Pet]

이경혜(프리랜서, 외부기고자)
입력 :  2025-06-16 17:57:58

친구가 반려묘의 늘어진 뱃살을 조물거리는 모습을 보다가 내가 말했다. “얘 뱃살도 나 못잖구나.” 그런데 친구가 뱃살이 아니라 원시 주머니라는 게 아닌가. 캥거루도 아니고 고양이 몸에 무슨 주머니냐며 웃었는데, 진짜로 있었다.

나 같은 ‘고알못’들이 쉽게 오해하고 마는 고양이의 출렁출렁 늘어진 아랫뱃살은 비만의 징표가 아니라 피부 주머니란다. 배에서 뒷다리 관절을 잇는 피부 부위로, 지방으로 이루어져 부드럽고 말랑하다. 외부로 열려 있지는 않아서 사람 옷에 달린 주머니나 캥거루처럼 뭔가를 담을 수는 없지만, 여분의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주머니라 부를 만도 하다. 이 주머니는 고양잇과 동물에서 생후 6개월부터, 그러니까 성장 초기에 발달하기 시작해 이름도 ‘원시 주머니(primordial pouch)’며, 늘어진 모양을 본따 ‘루즈 스킨(loose skin)’이라고도 부른다.

(사진 언스플래시)

(사진 언스플래시)

애초 원시 주머니는 야생의 고양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존 기관이었다. △첫째, 자신의 영역을 지키거나 먹이를 사냥하려면 경쟁과 다툼이 필수였기에 상대의 공격으로부터 내장 기관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둘째, 싸움이나 사냥에서 위로 높이 뛰어오르거나 빠르게 내달려야 할 때 원시 주머니의 넉넉한 표피가 평소보다 2~3배 늘어나 몸을 쭉 뻗는 동작을 가능하게 했다. △셋째, 원시 주머니는 주린 배를 양껏 채우는 데 동원되었다. 야생에서는 먹이가 부족하기 십상이므로 먹이가 생겼을 때 충분히 먹어 두어야 하는데, 이때 바깥 피부인 원시 주머니가 잘 늘어나야 내장이 음식물로 가득 차서 부풀어도 부담이 없다.

이처럼 중요했던 원시 주머니가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고양이들에게서 애초의 기능을 잊고 ‘사랑스러운 뱃살’로 취급되고 있다. 실제로 집사들은 원시 주머니를 만지며 행복감을 충전한다. 다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뼈가 없는 데다 장기가 위치한 중요 부위라 접촉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손을 살짝 대 보고 고양이가 꼬리를 빳빳이 세우거나, 숨을 들이마신다면, 또 으르렁댄다면 눈치껏 손을 떼야 한다.

참, 원시 주머니와 뱃살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원시 주머니는 잡아당기면 죽 늘어나는 데 반해, 그냥 뱃살이라면 잘 늘어나지 않는다. 또 배를 만졌을 때, 원시 주머니라면 뼈가 온전히 느껴지지만 뱃살인 경우 갈비뼈를 감지하기 힘들다. 노령묘의 원시 주머니는 탄력이 떨어져 더욱 아래로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걸을 때 배가 바닥에 끌린다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4호(25.06.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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