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돈 찍는 기계'…포켓몬 130조 벌어들인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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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몬 가든’ 입장 긴 줄 > 3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포켓몬 가든 시크릿 포레스트’ 행사장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지난 1일에는 대규모 인파가 몰리며 행사가 중단되고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뉴스1

< ‘포켓몬 가든’ 입장 긴 줄 > 3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포켓몬 가든 시크릿 포레스트’ 행사장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지난 1일에는 대규모 인파가 몰리며 행사가 중단되고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뉴스1

지난 1일 서울 성수동과 일본 도쿄의 니혼바시가 동일한 행사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포켓몬스터(포켓몬) 출시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때문이었다.

성수동 행사에선 4만 명이 몰리며 행사가 중단되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잉어킹’이라는 희귀 카드를 주는 이벤트 때문이었다. 이 카드는 온라인에서 2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도쿄 니혼바시 행사도 30주년 한정판 피규어와 인형을 사려는 내·외국인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포켓몬 카페 앞에선 ‘대기시간 3시간 이상’이라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이는 지난 30년간 영역을 넓혀 온 ‘포켓몬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다. 포켓몬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에서 출발한 이 IP(지식재산권)는 애니메이션, 트레이딩 카드, 라이선스 상품, 각종 이벤트까지 확장하며 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야말로 '돈 찍는 기계'…포켓몬 130조 벌어들인 이유 있었다

◇게임→애니메이션→카드로 ‘진화’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포켓몬의 IP 누적 수익은 921억달러(약 136조원)로 세계 IP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훨씬 일찍 탄생한 미국 디즈니의 ‘미키마우스&프렌즈’(705억달러)와 스타워즈(656억달러), 해리포터(308억달러) 등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포켓몬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처럼 여러 차례 진화를 거듭한 콘텐츠가 세계 1위 IP로 올라선 비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켓몬의 역사는 1996년 2월 발매된 콘솔게임용 소프트웨어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귀여운 포켓몬들을 배틀을 통해 포획하고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잡은 포켓몬을 친구와 교환하거나 대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강적을 쓰러뜨리고 스토리를 이어가는 단편적 진행에서 벗어나 수집과 모험의 요소를 가미했다.

이후 애니메이션이 캐릭터에 애착을 부여했고, 카드 게임과 굿즈가 일상 속 접점을 늘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팬은 다시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하며, 하나의 IP 안에서 소비가 반복되는 ‘포켓몬 생태계’ 구조가 형성됐다. 30년이 지나 키덜트(게임 및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어른)로 성장한 이들은 경제력까지 갖췄다.

지난 2월에는 미국의 유튜버 로건폴이 보유한 희귀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 카드’가 경매에서 1600만달러(약 236억원)에 팔렸다. 이는 그가 2021년 지급한 가격의 세 배 이상이며, 포켓몬 프랜차이즈 역사상 공개 판매 최고 기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4년 158억달러 규모이던 글로벌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 시장은 2030년 235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단기 성장보다 ‘시간’에 투자

오프라인 매장을 포함해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회사는 1998년 설립된 포켓몬이다. 라이선스와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는 이 회사는 원작자인 닌텐도, 게임 개발사 게임프리크, 카드게임 등을 담당하는 크리처스 3사가 공동 출자했다.

포켓몬의 2025년 2월 회계연도 매출은 4019억엔, 영업이익은 1007억엔, 순이익은 703억엔이다.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한다. 2016년 2월 회계연도 순이익이 6억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9년 만에 약 117배 늘어난 것이다.

포켓몬은 시장 진입부터 차별화된 전략을 취했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브랜드 구축에 공을 들여 열성팬을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신규 시장에선 매출보다 인지도 확보를 우선시한다.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충성도 높은 장기 팬덤 형성→높은 영업이익률→세대 간 소비 전이’로 이어진다.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선진 시장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이 같은 전략을 활용한다. 1단계에선 애니메이션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무료 콘텐츠를 제공한다. 2단계에선 어린이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과자, 문구류 등 저가 상품을 내세운다. 3단계에선 포켓몬 카드를, 4단계에선 게임기 소프트웨어 등 고가 상품 판매로 유도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지출 규모를 확대하는 ‘사다리형 소비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탄생 30년을 넘긴 포켓몬이 여전히 성장하는 비결은 인기 캐릭터를 넘어선 ‘지속 가능한 소비 구조’에 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앞으로도 수십 년간 이어질 잠재력이 있다. 벌써 일본 포켓몬 직원들 사이에선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명나라의 소설인 삼국지는 500년 이어졌다. 포켓몬도 그 이상 지속되는 IP가 될 수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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