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아니니 괴롭혀도?"… 대법 "특고도 보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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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아니니 괴롭혀도?"… 대법 "특고도 보호 대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도의 바깥에 놓여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전제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형식상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괴롭힘 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근로자가 아니면 괴롭힘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인식에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그곳에서 벌어진 비극
골프장 캐디 A씨는 상급자인 경기팀장 B씨로부터 동료들이 모두 듣는 무전기를 통해 “뚱뚱해서 못 뛰는 거 아니잖아. 뛰어”, “오늘도 진행이 안 되잖아. 또 너냐”라며 A씨의 외모를 비하하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발언을 듣곤 했습니다. A씨는 B씨로부터 기숙사 퇴거 조치를 당해 모텔 생활을 하게 되었고, 내부 커뮤니티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는 해당 카페에서 탈퇴당해 사실상 일터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결국 A씨는 사직 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유족은 가해자와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근로자 여부가 본질이 아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캐디에게 직장 내 괴롭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기존 법체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경우, 이는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근거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문제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법원은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으면서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노무제공자”로서(헌재 2016. 11. 24. 선고 2015헌바413, 414 결정 참조) 기존 판례 법리를 확장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일 필요는 없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24.5.17.선고 2024다207558 판결)

이에 법원은 B씨에게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 '보호 의무' 저버린 사업주의 책임
법원은 B씨의 행위를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회사에 대해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77조 및 시행령 제67조를 근거로, 사업주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캐디를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사업주가 더 이상 “우리 직원이 아니니 관여할 수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괴롭힘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사용자에게도 귀속됩니다.

# 보호의 경계를 넓힌 판결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서도,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통해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의 보호 범위를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들까지 확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더 나아가,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근거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사업주에게 ‘노무 관리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조직도 상의 '직원'뿐만 아니라, 우리 사업장에서 함께 땀 흘리는 모든 노무제공자들을 보호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단순히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가 어떤 계약 형태 뒤에 숨어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현장에서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윤혜인 행복한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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