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추정제를 둘러싼 우려…좋은 법이 나쁜 결과를 만들 때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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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추정제를 둘러싼 우려…좋은 법이 나쁜 결과를 만들 때 [기자24시]

입력 : 2026.04.06 09:28

31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 간담회에 앞서 소상공인연합회에서 피켓을 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발의한 김태선(좌)·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켓을 읽어보고 있다. [최예빈 기자]

31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 간담회에 앞서 소상공인연합회에서 피켓을 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발의한 김태선(좌)·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켓을 읽어보고 있다. [최예빈 기자]

취재 현장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은 ‘선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목격할 때다. ‘근로자 추정제’ 입법 간담회에서 만난 한 간병인은 “20년째 싸우고 있다”며 눈물지었다. 침대 레일에 손이 끼어도, 환자를 부축하다 허리를 다쳐도 산재보험 한 번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이 암담했다. “아파도 살아야 되니까 나온다”는 그의 말이 며칠째 귓가를 맴돌았다.

근로자 추정제 취재를 이어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해관계자마다 처한 현실이 달랐고, 같은 제도를 두고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정책은 선의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순간,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선의로 시작된 제도가 상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도입된 기간제법은 2년 이후 계약을 끊는 ‘2년 만기 해고’ 관행을 낳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높여 오히려 취약계층 일자리를 줄였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결국 기업들이 외주·용역 구조를 더 복잡하게 재편하거나 계약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망을 넓히려다 오히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시나리오다.

물론 아직까지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노동 현장이 있다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출퇴근 시간과 휴게 시간까지 통제받으면서도 계약서에 ‘사업소득자’로 적혔다는 이유만으로 퇴직금을 요구조차 못 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문제는 속도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간담회와 토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소상공인 법정단체가 공식 초청을 받은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핵심 이해당사자가 논의에서 빠진 채 5월 노동절에 맞춰 입법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한 간병인의 20년 싸움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 하지만 그 끝이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 되어선 안 된다. 선의는 충분하다. 지금 필요한 건 충분한 시간과 더 넓은 테이블이다.

[최예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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