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곳곳에 새겨지는 ‘트럼프 이름표’
케네디센터 명칭 변경에 시민 분노… “美 문화 상징에 일종의 테러”
‘독립 개선문’ 건립 추진에는… “워싱턴 경관 훼손” 우려
도로-전함에도 ‘트럼프’ 명칭… “공공 영역 중립성 훼손” 지적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부터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려는 욕구를 여러 차례 드러내 왔다. 이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는 이 같은 시도 역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다만 재집권 이후 노골적으로 추진되는 그의 ‘족적 남기기’ 행보에 이젠 도를 넘었단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난 북한에 가보진 않았다”면서도 “요즘 트럼프를 보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자신의 이름을 곳곳에 수놓은 독재자에 빗댄 것이다.
● “가장 크고 웅장하게”… 개선문에 집약된 야심
개선문의 구체적인 형상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높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만큼은 확고해 보인다. 그는 개선문 높이와 관련해 “미국은 가장 크고 강력한 국가”라며 “나는 그것이 모든 것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되길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 개선문은 워싱턴의 명물인 링컨기념관과 버지니아주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 회전교차로 ‘메모리얼 서클’ 쪽에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76.2m’의 높이로 건설되면 파리 개선문(50m)은 물론이고 현재 아치형 기념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멕시코시티 혁명기념탑(67m)의 기록도 훌쩍 뛰어넘는다. 워싱턴 기념비(169.1m)보단 낮지만, 백악관(약 21m)이나 링컨기념관(30.4m) 등 인근의 주요 기념물보단 훨씬 높고 웅장하게 지어질 전망이다.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개선문이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링컨기념관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리는 등 주변 기념물들의 경관을 훼손할 거란 우려를 제기한다. 지나치게 큰 이 개선문이 다른 기념물들을 ‘인형의 집’처럼 왜소해 보이게 만들 거란 지적도 나온다. 또 개선문이 들어설 부지가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이라 방문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비효율적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장소·분야 가리지 않는 ‘이름 붙이기’
정책도 예외가 될 순 없다.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 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신속하게 발급해 주는 ‘트럼프 골드카드’는 이미 접수 중이고, 신생아를 대상으로 1000달러를 예치하는 금융 투자 정책 ‘트럼프 계좌’도 발표됐다. 이달 운영을 시작한 미 정부의 의약품 판매 웹사이트 이름은 ‘트럼프Rx’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과도한 ‘자기 과시’ 욕구로 해석된다. 앞서 MSNBC 방송은 “트럼프의 주된 관심사는 자기를 과시하고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부동산 개발자이자 사업가 출신인 그가 앞서 호텔, 골프장, 빌딩 등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가치를 높여 온 방식을 정치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했다고 분석한다. 족적을 선명하게 남기려는 건, 자기 과시 욕구를 넘어 고도의 정치적 전략일 수도 있다. 자신의 이름을 국가의 상징적 유산이나 정책에 붙여 ‘트럼프 시대’의 업적을 공고히 하겠단 포석일 수 있다는 것. 또 다가올 11월 중간선거는 물론 퇴임 이후에도 지지층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정치적 브랜딩’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공공 가치의 사유화”… ‘포퓰리즘 통치’ 비판 커져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표되는 그의 지지자들은 이를 침체된 미국의 기상을 되살리는 ‘강력한 국격’의 상징이라고 치켜세운다.
반면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비판의 핵심은 ‘국가 자산의 사유화’다. 통상 지도자의 이름이 공적 자산이나 정책 등에 활용되는 건, 그가 퇴임한 이후에나 이뤄졌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인물인 만큼, 그 지위를 활용해 공공의 가치를 개인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 기관이나 공공 정책은 특정 정파나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이에 대통령이 자신의 족적을 남기려는 시도 자체가 공공 영역의 중립성을 해치는 행위란 비판도 제기된다. 야당인 민주당의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케네디센터를 자신의 친구들과 정치적 동맹을 위한 사교 클럽으로 장악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개선문 건설이나 ‘이름 붙이기’ 시도 등이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복잡한 국정 현안을 단순한 마케팅 논리로 치환해 유권자의 눈을 가리는 일종의 ‘포퓰리즘적 통치’라는 것이다.
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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