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캐피털사가 인기 매물로 부상했다. 증권사와 보험사,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캐피털사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과거 취약계층 대출 창구로 여겨지던 캐피털사가 최근 기업금융과 투자 영역의 ‘핵심 플레이어’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피털사 인수 노리는 금융권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메리츠증권은 지난 5일 애큐온캐피탈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두 회사는 각각 삼정KPMG, 삼일PwC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한 뒤 애큐온캐피탈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에서는 애큐온캐피탈 매각 가격으로 1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올해 상반기 금융권 최대 M&A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다.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캐피털사+저축은행’을 패키지로 매각하는 딜이다.
한화생명과 메리츠증권 모두 저축은행보단 캐피털사에 관심을 갖고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내 캐피털사 포트폴리오가 없는 한화생명은 애큐온캐피탈 인수 시 사업 확장을 꾀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100%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의 외형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캐피털사 인수를 노리는 건 두 회사만이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을 통해 “기업금융 강화와 비은행 여신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연내 캐피탈사 인수를 완료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수협은행도 캐피털사를 1순위 인수 타깃으로 삼고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투자 자유롭고 자본 효율 높아
금융사들이 캐피털사에 눈독을 들이는 건 IB 기능을 단숨에 강화할 수 있어서다. 캐피털사는 은행, 저축은행 등과 비교해 자산 운용 규제가 자유롭다. 전환사채(CB)를 비롯한 메자닌에 투자할 수 있고, M&A 자금을 대는 인수금융에도 뛰어들 수 있다.
과거 캐피털사는 자동차 할부금융이나 저신용자 대출 등을 주로 취급하는 전통적인 ‘2금융권’으로 분류됐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탈(VC)와 사모펀드(PEF) 출자를 비롯해 유망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등 금융그룹의 ‘투자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애큐온캐피탈의 경우 전체 대출자산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8.4%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털사는 단순 대출뿐 아니라 자본시장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상품을 담을 수 있다”며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고 렌탈 사업 등으로의 확장성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같은 시장 호황기에 캐피털사의 실적이 개선된다는 점도 매력 요인이다. 국내 52개 캐피털사의 합산 순이익은 2024년 1조7861억원에서 지난해 2조8338억원으로 58.7% 증가했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캐피털사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은행보다 높다”며 “예컨대 JB우리캐피탈 경우 ROE가 16.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점은 캐피털 업권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리 상승은 캐피털사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급 3년 만기 여신전문금융회사채 평균 금리는 연초 연 3.3%대에 머물렀지만 지난 5일 연 4.389%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면서 여전채 금리가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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