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코스피가 이번 주에만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를 맞은 가운데, 급락의 본질은 새로운 대형 악재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키운 반도체 쏠림 포지션의 되감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중심으로 개인투자자 수급이 과도하게 집중된 상황에서 작은 악재성 뉴스에도 매도 압력이 증폭됐다는 설명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5.8%, 4.1% 급락했고, 코스피는 이번 주에만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며 “코스피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발동 횟수가 적었던 서킷브레이커가 이번 주에만 두 차례 발동된 현재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 원인을 레버리지 ETF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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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19.09포인트(5.81%) 내린 8411.21에, 코스닥은 36.44포인트(4.10%) 내린 851.37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
그는 애플의 제품 가격 인상, 오픈AI 기업공개(IPO) 연기설, 호르무즈 해협 불확실성 등은 시장에 부담을 주는 노이즈이긴 하지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의 변동성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특히 애플의 가격 인상은 수요 붕괴의 증거라기보다 메모리 공급이 타이트해지고 가격 전가 압력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결국 이날 하락의 본질은 새로운 대형 악재보다 반도체 쏠림 포지션의 되감기”라고 진단했다. 최근 코스피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 순매수 집중에 의해 이뤄졌고, 두 종목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60%에 육박하면서 양 종목의 등락이 지수 등락과 사실상 연동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시가총액 상위주에 집중된 패시브 ETF 수급까지 겹치면서 작은 노이즈에도 매도 압력이 크게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과거 급등락 국면에서 시장 하단을 지지하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순매수 여력도 이미 한도를 채운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중 변동성은 확대됐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6년 삼성전자의 일평균 주가 변동률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전 4.4%에서 출시 이후 6.8%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일평균 주가 변동률도 5.1%에서 7.8%로 확대됐다.
개인투자자의 수급도 대형 반도체주와 관련 레버리지 ETF에 집중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개인투자자의 누적 보유 증가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등이 대거 포함됐다.
이 연구원은 이 같은 흐름이 코스닥 수급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주당 가격이 30만원, 200만원을 넘어선 고가 대형주에 대해 개인투자자가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레버리지 익스포저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코스닥 성장주로 향하던 모멘텀 수급까지 대형 반도체 단일종목으로 재배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코스피가 올라도 코스닥이 떨어지고, 코스피가 떨어져도 코스닥이 함께 떨어지는 원인”이라며 “단순 파생형 상품을 넘어 국내 주식시장 수급 집중도를 높이는 새로운 경로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급등락 반복에 따른 기술적 부담을 지적했다. 연초 이후 주가와 20일 이동평균선 간 이격도는 대체로 -1표준편차에서 +2표준편차 사이에서 움직였지만,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위를 탈환할 당시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이격도가 27%까지 확대됐고 +2표준편차에 도달했다. 전날에도 SK하이닉스 주가는 13% 급등하며 20일 이동평균선 대비 22.2%의 이격도가 발생했다.
이 연구원은 “결국 수급적인 이슈로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며 기술적 조정 역시 동행되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급등락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수·매도 사이드카에 익숙해졌듯 서킷브레이커에도 익숙해질 수 있는 시장 환경이라는 평가다.
다만 그는 변동성 확대가 곧 추세 훼손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봤다.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의 흔들림 여부인데, 현재로선 뚜렷한 훼손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6월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익추정치도 완만한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당순이익(EPS)이 재차 빠르게 상향될 전망”이라며 “전일 종가 기준 EPS로 보면 이날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7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수 하단은 가까워졌다는 판단”이라며 “투매에 동참하기 어렵고, 기존 반도체·IT 업종 중심의 압축 대응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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