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사기죄로 벌금형
대법 “계약의 본질은 같아”
예정과 다른 곳에서 노래자랑 행사를 연다며 기부금을 받아챙긴 주최 측의 행위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한국방송문화예술진흥원 이사장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진흥원은 지난 2022년부터 부산 중구 유라리광장에서 노래자랑 행사를 진행해왔다. A씨는 2023년 8월 피해자에게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에서 노래자랑을 개최할 예정이니 대회장 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해 기부금 500만원을 자신의 개인 명의 계좌로 받았다.
실제로 행사는 유라리광장에서 열기로 예정돼 있었고, 용두산공원으로 장소 변경도 불가능했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를 속여 기부금을 받았다며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1·2심은 모두 A씨의 사기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용두산공원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조건으로 기부금을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A씨가 피해자에게 ‘용두산공원 특설무대’라고 적힌 행사 포스터 파일을 보냈고, 피해자가 이를 확인한 뒤 500만원을 송금한 점도 반영됐다.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A씨가 기부금을 받는 과정에 피해자를 기망했다는 점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에 따르면 사기죄 성립을 위해서는 기망행위와 착오, 재산 처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계약 위반이 발생했더라도, 위반 사항이 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라면 곧바로 기망행위로 인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 노래자랑 행사는 부산 중구 구민과 소상공인의 복리 증진을 위한 행사였고, 구체적인 장소는 계약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행사 취지에 공감해 기부금을 내고 대회장 직을 맡는 것을 주된 요소로 삼아 기부금을 제공한 것으로 보일 뿐, 행사가 유라리광장과 용두산공원 중 어디에서 개최되는지가 기부행위의 본질적 요인이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 장소 모두 부산 중구 관할구역 내에 인접해 있고, 행사 장소에 따라 관객 구성이나 행사 진행, 행사 목적 달성에 유의미한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계약의 비본질적인 부분과 관련된 분쟁은 민사적 분쟁해결 수단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합리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형사사법의 잣대를 들이대어 최후의 규제수단인 국가형벌권 행사를 통해 개입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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