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데려오고 공장 건설"…선거판 덮친 '반도체 모시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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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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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판에 반도체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들이 저마다 전력·용수·산업단지 등 입지 여건을 앞세워 “우리 지역이 최적지”라고 강조하며 공장과 클러스터 유치 구상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정작 기업 의사는 불투명한데도 정치권이 장밋빛 청사진을 먼저 부각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선거 때마다 지역 경제 성장을 앞세운 핵심 산업 유치 공약이 등장해왔지만, 이번에는 반도체가 그 중심에 섰다는 평가다. 공장 한 곳만 들어서도 일자리와 세수, 산업단지 활성화, 도시 위상까지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붙기 때문이다. 후보들로서도 ‘반도체’라는 한 단어로 성장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방식도 비슷하다. “전력과 용수가 충분하다”거나 “산단과 부지가 준비돼 있다”는 식으로 입지 경쟁력을 강조한 뒤 반도체 특화단지, 소부장 기업 집적, 인력 양성, 투자 펀드, 클러스터 조성 같은 구상을 덧붙인다.

경북 구미에선 김장호 국민의힘 구미시장 후보가 구미국가5산단 반도체 팹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구미가 최적의 입지라는 것을 제가 증명해 보이겠다”며 “이미 구미에는 부지도, 전력도, 용수도, 행정도 모든 준비가 다 돼 있다. 기업이 결정만 내리면 책임지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구에선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시장 본경선 주자가 삼성 반도체 팹 유치를 제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 한계를 거론하며 생산라인을 대구·경북으로 끌어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삼성과의 사전 접촉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현재까진 없다”고 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당선 후 1년 이내에 최소 10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글로벌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연구개발(R&D)·생산·패키징을 결합한 생태계 조성과 1만 명 이상 고용 창출 구상도 제시하며 “30조원 펀드로 반도체 대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선 과정에선 김영록 전 후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 AMAT 등을 거론하며 대규모 투자 유치 구상을 제시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공장 유치까지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다시 내놨다. 총 1500억원 규모 국비 사업을 거론하며 원주를 반도체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무소속 김재선 정읍시장 예비후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500만 평 규모 시부지와 국유지를 무상 제공할 수 있고 교통망도 좋은 정읍은 반도체 생산의 최적지”라며 “35년 경영 경험과 45년 정당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사진=임형택 기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역과 정당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반도체 공약을 두고 선거판에서 유치 효과만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기업의 투자 판단과 수익성, 전력, 용수, 공급망, 인력 수급 등 따져야 할 조건이 많은데도 기대부터 키운다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실제로 맡을 수 있는 역할도 부지 조성, 인허가, 기반시설 지원 등 준비 단계에 가까워 공약과 현실 사이 간극이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당수 공약은 임기 안에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거론된다. 투자 결정부터 착공, 생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단체장 임기 내 성과로 연결되기 쉽지 않아서다. 어디까지가 중장기 비전이고 어디부터가 임기 내 착수 가능한 계획인지 구분해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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