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 지난해 11월 오른쪽 어깨 부상 소식과 함께 무대를 잠시 떠났던 마린스키 발레단의 한국인 수석무용수 김기민(34)이 고국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베자르 발레 로잔(BBL) 내한 공연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주목받았던 ‘볼레로’를 통해서다.
이번 무대는 김기민이 한국인 무용수로는 최초로 오리지널 버전의 ‘볼레로’ 주역(라 멜로디)으로 낙점됐다는 점에서 이미 공연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바쁜 일정 탓에 어쩌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 될 수 있다는 희소성까지 더해졌다. 그는 안무를 익히며 전 세계 모든 발리레노들의 꿈이라는 BBL의 ‘붉은 제단’ 위에 오를 수 있었다.
첫 몸짓은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볼레로>(2025)에서 라벨이 고통스럽게 첫 음을 찾아내던 산고의 순간과 겹쳤다. 이번 무대에서 김기민이 스네어 드럼의 첫 리듬을 받아낸 것이 바로 그를 고통스럽게 했던 오른쪽 어깨였다. 허공을 향해 높이 치켜든 오른손이 리듬을 타고 서서히 내려오는 순간, 객석은 숨을 죽였다. 영화 속 라벨이 방안에 갇혀 악보와 사투를 벌였듯, 김기민은 제단 위에서 자신의 육체를 바쳤다.
무용사적으로 베자르의 ‘볼레로’는 발레를 보는 예술에서 다 함께 경험하는 제의로 격상시킨 전환점이다. 1961년 초연 당시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는 클래식 발레의 우아한 서사를 지우고 오직 인간의 원초적 에너지와 관능만을 남겨두길 원했다. 특히 주인공 ‘라 멜로디’는 조르주 돈, 실비 기옘 등 무용계의 전설들에게만 허락됐다. 따라서 이 자리에 선다는 것은 당대 최고의 기량과 카리스마를 지닌 시대의 무용수라는 걸 증명하는 일이다. 이번 무대는 바로 그 전설들의 계보를 잇는 동시에, 김기민이 마린스키에서 다져온 정통 클래식의 절제미를 베자르 특유의 야성적 생명력과 결합한 것이었다.
음악사적 관점에서도 그의 춤은 경이로웠다. 라벨은 자신의 음악 ‘볼레로’가 일정한 템포로 17분간 견고히 이어지길 바라며 “절대 서두르지 말라”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남겼다. 김기민은 집요한 스네어 드럼 소리에 맞춰 자신의 호흡과 근육을 철저히 통제하며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분배했다.
마지막 2~3분,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어 허공을 앞뒤로 가르는 그의 양팔은 라벨의 고집과 무용수의 투혼이 만나 절정을 이뤘다. 멜로디의 전개가 아닌 음색의 확장으로 절정을 향하는 라벨의 설계는 김기민의 몸을 통해 입체적으로 시각화됐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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