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시행령에서 수도권 배제 조항을 삭제 방향으로 이끈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반도체초격차전략특별위원회 김용석 공동위원장(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은 특위 활동의 핵심 성과로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제15조의 '수도권 외 지역' 요건 삭제를 꼽았다. 이 조항은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요건에 수도권 제외 기준을 담아 경기 남부 8개 시·군을 포함한 수도권 반도체 집적지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특위는 경기도, 시·군, 국회의원과 함께 법률 근거 없이 시행령으로 지역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대응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통해 추미애 경기지사의 'K-반도체 완성형 생태계' 공약을 추진할 법적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민선 9기 최우선 과제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용수·교통 인프라 구축, 팹리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후공정 생태계 완성, HBM 이후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전환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용인 클러스터를 조기 완성하고 판교를 AI 반도체 팹리스 거점으로 키워야 한다”며 “경기도 안에 반도체산업국 수준의 전담 조직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용석 경기준비위원회 반도체초격차전략특별위원회 김용석 공동위원장.경기준비위원회 반도체초격차전략특위 활동을 돌아본다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에서 수도권 배제 조항을 삭제 방향으로 이끈 것이다. 시행령안 제15조가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요건에 '수도권 외의 지역일 것'을 명시하면서 경기 남부 8개 시·군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가 사실상 배제될 위기에 놓였다.
특위는 이 조항이 법률에 근거 없이 시행령으로 지역을 제한하는 위법·부당한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시·군, 국회의원과 함께 대응한 결과 입법예고 단계에서 삭제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를 통해 추미애 경기지사의 'K-반도체 완성형 생태계' 공약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여건이 마련됐다. 수도권 기존 집적지역은 즉시 클러스터로 지정하고, 새로운 클러스터는 비수도권에 조성하는 '투 트랙 전략'을 사회적 의제로 제시한 것도 성과다.
아쉬운 점은 시간 부족이다. 반도체 인력난, 팹리스 생태계 육성, 용인 클러스터 전력·용수 인프라 로드맵 등을 더 깊이 검토하고 싶었지만 준비위원회 활동 기간에 한계가 있었다.
민선 9기 경기도에 넘기는 반도체 정책의 최우선 실행 과제는 무엇인가.
세 가지다. 첫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위한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이다. 360조원 규모의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600조원 규모의 일반산업단지가 맞물린 용인 클러스터는 착공과 가동 일정이 국가 반도체 경쟁력과 직결된다. 전력망 계통 연결, 용수 확충, 교통망, 정주여건 등 준비해야 할 단위사업이 많다. 경기도가 중추적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는 K-반도체 완성형 생태계 구축이다. 설계, 제조, 후공정, 소부장이 경기도 안에서 집적되는 구조를 조기에 완성해야 한다. ASML, AMAT, 램리서치 등 글로벌 소부장 기업과 소통을 강화하고, 판교를 중심으로 팹리스 200개와 스타급 팹리스 40~50개 육성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는 HBM 이후 시스템반도체로의 다변화다. 현재 HBM 슈퍼사이클은 큰 기회지만 전문가들은 3~4년을 한계로 본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정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고 시·군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려면 경기도 반도체 전담조직 강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과 가동 일정을 앞당기려면 무엇부터 조정해야 하나.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전력 계통이다. 반도체 팹 한 동은 원전 1기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다. 용인 클러스터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송전선로 신설과 변전소 건설이 필수다.
전력은 정부가 주도하는 분야다. 반도체특별법 시행령 쟁점이 일단락된 만큼 앞으로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 경기도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시·군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계통 연결 일정을 클러스터 착공 시점에 맞춰 선행 확정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는 반도체특별법이 클러스터 지정 시 제공하는 핵심 혜택이다. 클러스터 지정 신청을 조기에 완료하는 것이 선행 조건이다. 용수는 평택호 광역상수도 확충 계획을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와 협의해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 교통망은 국도·고속도로 연결과 반도체 물류 특화도로 계획을 국토교통부와 공동 추진할 필요가 있다.
HBM 이후 한국 반도체 산업을 진단한다면.
한국 메모리 반도체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슈퍼사이클을 맞고 있다. HBM이 시장을 견인하고 D램과 낸드 가격도 오르면서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 자체는 대단한 성과다.
다만 지금의 슈퍼사이클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HBM 호황의 한계를 3~4년으로 본다. 이후에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메모리만으로는 그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
한국은 강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해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정책에 집중하고, 팹리스 생태계를 대폭 육성해 설계 역량을 키워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경기도는 판교를 중심으로 팹리스 200개 육성과 공공 액셀러레이터 설립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에 대한 대응 전략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성공 요인은 세 가지다. 첫째는 막대한 국가 보조금과 세제 지원이다. 흑자 발생 연도부터 2년간 소득세 전액 면제, 이후 3년간 절반 감면 등 집적회로 기업에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며 자국 생태계를 키워왔다.
둘째는 설계, 장비, 소재, 패키징 전 분야 동시 육성이다. 화웨이 AI 칩, CXMT의 범용 D램, YMTC의 낸드 등 주요 분야에서 추격 속도가 빠르다.
셋째는 내수 시장을 활용한 스케일업이다.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자국 팹리스와 제조 기업에 안정적 수요를 보장하며 성장했다.
우리의 대응은 초격차 기술 집중이다. HBM 같은 첨단 메모리, 최선단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설계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범용 저가 시장은 중국의 추격을 인정하더라도 고부가가치·첨단 영역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소부장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도 병행해야 한다.
김용석(왼쪽)·김태곤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반도체초격차전략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6월25일 오전 신용보증재단에서 정책브리핑을 열고 있다. 김동성 기자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강자로 남기 위한 HBM 이후 전략은 무엇인가.
세 가지 축이 필요하다. 첫째는 HBM 초격차 유지와 차세대 메모리 개발이다. HBM4, HBM4E, PIM(Processing-in-Memory) 등 연산 내장형 메모리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전환이다. 스마트폰,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 칩은 한국 제조업 강점과 시너지가 크다. 설계, 파운드리, 후공정이 연계된 생태계를 경기도 안에 구축해야 한다.
셋째는 첨단 패키징 경쟁력 강화다. HBM 이후 칩렛, 2.5D·3D 패키징이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후공정 특화 OSAT 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경기도의 역할은 인프라, 생태계, 인재를 제공하는 것이다. 용인 클러스터를 조기 완성해 제조 기반을 확보하고, 판교를 AI 반도체 팹리스 거점으로 키워야 한다. 도내 대학과 기업 간 계약학과, 산학연 협력을 통해 연 1만명 이상 반도체 전문인력을 공급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산업부 MAX AI반도체 얼라이언스와 경기도를 연계할 정책은.
MAX AI반도체 얼라이언스는 산업부 주도로 AI 반도체 설계, 제조, 활용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민관 협력체다. 경기도와 연계할 수 있는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는 공동 연구개발 과제 발굴이다.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의 AI 반도체 연구개발(R&D) 과제를 경기도 내 대학·연구기관과 연결하고, 도비와 국비를 공동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둘째는 팹리스 스케일업 지원이다. 얼라이언스 내 팹리스 스타트업이 경기도 공공 액셀러레이터와 연결돼 창업, 멘토링, MPW(Multi Project Wafer)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경기도와 산업부 간 협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다. ASML, AMAT 등 얼라이언스 참여 글로벌 기업의 경기도 내 R&D 센터와 생산 거점 추가 설립을 얼라이언스 채널로 유치해야 한다.
정책 연속성을 확보하려면 경기도청 안에 어떤 실행 체계가 필요한가.
특위 활동으로 구축한 정책 모멘텀이 도정 출범 이후에도 이어지려면 경기도청 안에 강력한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반도체산업국 수준의 독립 조직 설치를 건의한다.
현재 미래성장산업국 반도체산업과 체계로는 용인 클러스터 착공 관리, 소부장 투자 유치, 팹리스 육성, 인허가 조정, 시행령 협의 등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하기 어렵다.
전담 조직에는 세 가지 기능이 필요하다. 클러스터 기반 조성 담당은 전력·용수·교통 인프라 계획과 부처 협의를 맡고, 산업 생태계 육성 담당은 팹리스 액셀러레이터 운영, 소부장 투자 유치, OSAT 육성을 전담해야 한다. 인력·R&D 담당은 계약학과, 특성화대학 연계, 산학연 협력, 연구 기획을 맡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경기도, 산업부, 기업 간 상시 협의체를 제도화하고 용인, 평택, 성남 등 주요 시·군과 실무 연석회의를 정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기 용인 L자형 반도체 벨트 위치도.서남권을 제2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하는 정부 구상은 어떻게 보나.
동의한다. 용인 팹이 포화되면 비수도권에 새로운 팹을 짓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정부가 밝힌 것처럼 용인 팹이 차질 없이 가동되는 것이 최우선이다.
정부는 신속한 원스톱 행정 지원과 국가 책임의 인프라 조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의 미래 재투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어져야 한다.
문제는 인재다. 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인재는 다르다. 인재가 해당 지역에 계속 머물려면 교육 환경은 물론 문화·예술 등 생활 인프라까지 정교하게 갖춰야 한다. 제2생산기지는 단순한 공장 입지가 아니라 인재가 정착할 수 있는 산업도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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