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전체주의에서는 '증오와 공포'가 모든 걸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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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 [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전체주의에서는 '증오와 공포'가 모든 걸 지배한다" 트럼프 집권 초기 아렌트 책이 베스트셀러 된 이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오래된 책 한 권이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이었다. 이 책은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였고, 엑스(X)에는 아렌트 책에서 가져온 인용구가 피드를 휘저었다. "전체주의에서는 증오와 공포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아렌트의 주장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린지 스톤브리지의 책 '한나 아렌트: 사유하는 인간'은 아렌트의 전기이자 아렌트의 사유를 집약한 책이다. 아렌트의 삶과 글의 비화를 서술하는데, 저자는 인간과 악을 한나 아렌트라는 렌즈로 바라본다.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철학자 아렌트의 삶의 방향은 바뀐다. 반유대주의 자료를 수집하던 일을 돕던 아렌트는 게슈타포에 체포됐고 이후 독일을 탈출한다.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아렌트는 다시 난민이 된다. 가까스로 미국으로 건너가지만 무국적자 신세였다. 책은 1940년 10월의 한나 아렌트를 바라본다. 마르세유에서 활동했던 긴급구조위원회가 미국 국무부에 1137건의 비자를 신청하는데, 238건만 승인됐다. 아렌트도 그중 한 명이었다. '전체주의의 기원'은 이 시절의 경험과 사유에 기댄다. 가까스로 비자 승인을 받는 과정 속에서 '전체주의의 기원'이 그의 심부에서 싹튼 것. '전체주의의 기원'의 핵심 단어는 '망각의 구멍(holes of oblivion)'이다. 망각의 구멍이란 "그 안에 거하는 자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인 장소를 말한다. 묘비 없는 무덤, 강제수용소, 게토가 일례다. 조지 오웰의 '1984'에도 국가의 과거를 지우는 '기억 구멍(memory holes)'이 등장하는데, 오웰의 구멍은 은유였지만 아렌트의 구멍은 은유가 아니었다. "나치의 '망각의 구멍' 기획에는 중대하고도 귀중한 결점이 있다. 바로 인간들이 그 구멍을 팠다는 것이다." 아렌트 최고의 저서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두고 저자는 "아렌트는 처음부터 이 재판의 연극성을 불신했다"고 단언한다. 아이히만이 저지른 범죄는 유대인에 대한 범죄가 아니라, 인간의 조건 자체를 흔드는 범죄였다. 아렌트가 보기에 나치즘이 건드린 모든 사람이 '오염'돼 있었고, 아이히만이 저지른 대량 살인은 그의 도덕적 선택을 불능화함으로써 가능했다. "아이히만은 희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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