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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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 ‘남편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리디에서 연재한 웹툰 ‘남편에게 쫓기고 있습니다’는 동명의 인기 웹소설이 원작이다. 유나진 작가의 웹소설 스토리를 따라가는 이 웹툰의 첫인상은 전형적인 로맨스 판타지물처럼 보였다. 요근래 SNL코리아에서 ‘북부대공’(로맨스 판타지물의 주인공이 대부분 북부대공)을 패러디할 정도로 최근 국내 로맨스 판타지 웹툰과 웹소설의 설정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게 현실이다.
때문에 초반 작품을 바라보는 느낌은 그리 신선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서양 판타지 세계관에 또 등장하는 북부대공, 뻔한 설정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초반 3화만에 여주인공의 숨겨진 반전이 드러나며 흐름을 바꾼다. 외관상 여리고 해맑은 여주인공처럼 보였던 ‘엘로이즈’의 본질이 제국(웹툰내 세계관)의 1급 현상 수배범 ‘푸른 루비’라는 점이 밝혀지면서다. 너무 늦지 않은 초반부 정체를 드러내 독자들의 관심을 붙든다.
스토리는 이렇다. ‘푸른 루비’ 엘로이즈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새 삶을 꿈꾸지만 돌연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해결책은 요하네스 공작이 소유한 ‘시간의 돌’을 얻어 시간을 과거로 돌리는 것뿐. 문제는 요하네스가 평생 ‘푸른 루비’를 쫓는 추격자였다는 사실이다. 정체가 밝혀진 적 없는 엘로이즈는 신분을 속이고 요하네스에게 청혼하고, 둘은 각자의 비밀을 숨긴 채 한 집에 살며 아슬아슬한 생활을 이어간다.
‘남편에게 쫓기고 있습니다’는 제목 그대로 로맨스 판타지물이지만 남녀 주인공 사이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이 특징이다. 거듭되는 반전과 긴장 속에서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설레임만을 가득 담은 로맨스 판타지가 아니어서 더 입체적이다. 서로의 정체를 완전히 알지 못한 채 관계를 갖는 두 주인공으로 인해 점차 이해와 사랑 중심으로 감정선이 움직이는 과정은 자체만으로 흥미를 돋운다.
작화는 무난하다. 로맨스 판타지의 느낌을 잘 살리는 깔끔한 작화, 특히 여주인공의 발랄함을 잘 살린 묘사는 사랑스러움을 배가시켜준다. 물론 이 웹툰이 타 작품대비 매우 개성이 있거나 독특한 건 아니다. 다만 전형적인 로맨스 판타지의 설정과 스토리 라인에 변주를 준 것은 상당히 의미 있어 보인다. 긴장감과 설레임을 동시에 느끼고픈 독자들에게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