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챙겨주던 할머니가 떠났다” 서울 청년이 고성에 둥지 튼 이유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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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에 맞서는 청년들의 이야기 32회 경남 고성 청년마을 ‘디노-영오연구’ 고성 청년마을 ‘디노-영오연구’를 이끄는 청년들. 아침마다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던 마을 할머니 집 대문이 굳게 닫혔다. 얼마 전까지 할머니는 냉장고에 넣어둔 요구르트를 서울에서 온 낯선 청년에게 건네곤 했다. 김치며 반찬도 챙겨줬다. 때로는 할머니 방에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새 할머니는 청년과 ‘친구’가 됐다.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할머니가 떠났다. 주민 10명이 전부인 시골마을의 ‘할머니 3인방’ 가운데 두 명이 연이어 세상을 등졌다.할머니들이 사라진 집에는 시간이 멈췄다. 차가운 적막 속에 옷가지와 살림살이, 평생 모은 물건들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자녀들이 한차례 다녀간 뒤 집은 문이 닫혔다. 몇 달이 지나도 다시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전국 각지의 바닷가 마을을 돌며 워케이션((Workation) 생활을 이어가던 청년 최보연 씨(36·여)는 그제야 자신이 머물던 마을을 다시 바라봤다. 마을 주민들에게도 어찌할 수 없는 유휴공간이 되어버린 빈집. 가슴에 그 안타까운 풍경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고성 청년마을 ‘디노-영오연구’의 최보연 대표가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고성=박태근 기자 ptk@donga.com ● 지도 펴놓고 “어디로 갈까?”서울에서 나고 자란 최 씨에게 ‘지방소멸’은 뉴스에서나 접하던 단어였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블록체인 연구개발자로 일하며 인도네시아 발리 등에서 원격근무를 했다. 코로나19로 귀국한 뒤에는 서울에 정착하는 대신 양양, 의령, 남해, 거제, 제주 등 소도시에서 한두 달씩 살았다.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었다.할머니들의 죽음은 그 삶의 방향을 바꿨다. 사람이 떠난 집에 다른 청년들이 들어와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원격근무가 가능한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일한다면 소멸해가는 마을에 다시 사람이 모일 수 있지 않을까.최 씨는 지도를 펴놓고 정착할 곳을 찾았다. 조건은 명확했다. 산과 바다가 함께 있고, 이미 비슷한 일을 하는 로컬팀이 없는 곳. 유명 관광지는 가급적 피했다. 그렇게 남은 곳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 최남단 도시 중 하나인 경남 고성이었다. 연고도, 아는 사람도 전무했다. 옛 예비군 훈련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청년들의 공유오피스. 고성=박태근 기자 ptk@donga.com ● 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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