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이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미·일 관세 협상 카드가 아니라고 밝혔다. 3일 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토 재무상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28차 아세안+3(한·일·중)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관련 “미국 국채 매각을 협상 수단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토 재무상이)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수정했다”고 전했다.
가토 재무상은 지난 2일 일본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국채를 쉽게 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이 있냐’는 질문에 “(협상) 카드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관세 조치를 거둬들이지 않으면 국채를 팔아치울 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당시 발언에 대해 “미국 국채 매각에 대해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가토 재무상이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은 뒤 발언을 수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즈키 가즈토 도쿄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대미 협상에서 미국 국채는 틀림없이 비장의 카드지만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런 식으로 협상 포지션을 나쁘게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논평했다.
일본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이다.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2725억달러 수준이다. 환율 개입 재원 등으로 갖고 있는 유가증권 대부분이 미국 국채로 추정된다. 일본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할 경우 미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 상승)해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미·일 관세 협상은 교착 상태다. 양국은 지난 1일 워싱턴에서 2차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 측은 2차 협상에서 상호관세(일본 24%) 인하를 중심으로 ‘합의 틀’을 제시했다.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관세(25%) 인하는 어렵다는 방침이다.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으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감축에 협력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일은 이달 중순 이후 3차 협상을 실시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