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내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둘러싸고 요동치고 있다. 발단은 유시민 작가였다.
유 작가는 지난 6월 26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400회 특집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해 온 중도·보수층까지 아우르는 '포용·확장' 노선을 부동산 개발 용어에 빗대 비판했다.
대통령을 지지하고 지켜온 핵심 지지층이 원한 것은 기존 건물 위에 조금씩 층을 올리는 '증축'이었는데, 정작 대통령은 기존 골조를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을 하려 한 것 같다는 취지였다. 재건축을 하려면 기존 입주자들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하는데, 그 절차 없이 일을 밀어붙인 것은 대통령의 자신감이 과했기 때문이라는 게 유 작가가 짚은 요지였다.
이 발언은 곧바로 여권 내 계파 갈등에 불을 붙였다. 이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한 '뉴이재명' 세력과, 문재인 전 대통령·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김어준·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유 작가로 묶이는 이른바 '문조털래유' 진영 간 노선 대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친명계 의원들은 유 작가를 향해 "대통령 흔들기"라는 격한 반응을 쏟아냈고, 정진욱·채현일 의원 등은 SNS에 노골적인 반박 글을 올렸다. 반면 정청래 전 대표는 확전을 자제하며 범민주진보 세력의 통합을 강조했고, 송영길 의원과 박지원 의원 등 당 원로들은 내부 자중을 당부했다.
◇ 진중권 "위기의식에서 나온 방어 논리…하지만 꼰대로 비칠 수도"
이런 가운데 3일 공개된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분석이 재차 화제가 됐다. 진 교수는 유 작가의 재건축론을 단순한 정책 비판이 아니라, 기존 민주당 주류가 느끼는 위기의식의 발로로 해석했다. '뉴이재명'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순간부터 기존 세력은 자신들이 '올드(old)'로 규정되고 있다고 받아들였고, 이후 문조털래유에 대한 조직적 공세가 본격화하자 유 작가를 비롯한 기존 주류가 자신들이 밀려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진 교수의 진단이다.
다만 진 교수는 이런 방어 논리가 정작 젊은 세대에게는 정반대로 읽힐 수 있다고 짚었다.
문조털래유로 묶인 기성 인사들이 자신들을 향한 공격에 반발하는 모습이, 2030세대의 눈에는 기득권이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세대가 이를 두고 "완전 꼰대 아니냐"는 식으로 반응하며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진 교수는 이번 논쟁을 최근 지방선거로 확인된 '586세대 퇴장' 흐름과도 연결지었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 상대 후보와 비교해도 낡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지금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도 결국 세대교체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해당 방송 클립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다시 확산했다.
작성자는 "진중권이 말한 유시민 정치공학적 윤리관 발언에 공감된다"면서 "조국 아들 시험에 부모가 같이 도와준 부정을 오픈북이었다는 궤변, 입시비리 컴퓨터 빼돌린걸 증거보존이라고 얘기하는 거, 해일 오는데 조개 줍고 있냐고 한 발언 등이 그것이다"라고 했다.
과거 유 작가는 조국 전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불구속 기소되자 "문항 20개의 쪽지 시험이라고 한다"며 "이건 아들이 접속해서 본 오픈북 시험이다. 그러니 어떤 자료든지 참고할 수 있다"고 두둔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연구실 컴퓨터 반출에 대해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 차원의 행위'라고 발언했다가 "궤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유 작가는 그가 개혁국민정당 집행위원이던 2002년 대선 당시 벌어진 개혁당 당원 행사에서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요구하는 당원들에게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노선 논쟁, 8월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듯
청와대는 '증축이냐 재건축이냐'는 이분법 자체에 선을 그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상황에 따라 증축과 재건축, 재개발 중 필요한 방식을 택하면 될 문제라며 양자택일 구도를 경계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논쟁이 8월 17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노선 투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강성 지지층 결집을 우선하는 노선과, 중도·보수층까지 외연을 넓히자는 노선 사이의 대결 구도가 이번 인선 경쟁과 맞물려 더 선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진 교수는 이후 다른 인터뷰에서 지금의 갈등은 "전초전"에 불과하며, 전당대회가 끝나고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 계파 간 반발이 훨씬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유 작가의 발언 하나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단순한 설전에 그칠지, 아니면 진 교수의 예상대로 세대교체를 둘러싼 본격적인 노선 대결로 번질지 주목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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