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작지만 우리 심장은 작지 않아”… 인구 15만명 섬나라 ‘퀴라소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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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미국 2부리그서 뛰는 골키퍼 룸
에콰도르전 유효슈팅 15개 막아
신들린 선방쇼로 첫 승점 ‘선물’

퀴라소에서 날아온 ‘12번째 선수들’
퀴라소 팬들이 21일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에콰도르전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팬들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특별 편성된 직항편 3대에 나눠 타고 퀴라소에서 캔자스시티로 날아와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캔자스시티=AP 뉴시스

퀴라소에서 날아온 ‘12번째 선수들’ 퀴라소 팬들이 21일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에콰도르전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팬들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특별 편성된 직항편 3대에 나눠 타고 퀴라소에서 캔자스시티로 날아와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캔자스시티=AP 뉴시스
“이제 퀴라소에 제 동상이 세워져야 할 것 같아요.”

인구 15만 명의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 퀴라소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사고’를 친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룸(37·마이애미 FC)은 농담을 던지며 활짝 웃었다.

퀴라소는 21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에콰도르와 0-0으로 비겼다. 월드컵 데뷔전이던 1차전에서 독일에 1-7로 패했던 퀴라소는 이날 무승부로 사상 첫 승점(1)을 획득했다.

에콰도르의 유효슈팅 15개를 막아낸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룸의 선방 장면. 캔자스시티=AP 뉴시스

에콰도르의 유효슈팅 15개를 막아낸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룸의 선방 장면. 캔자스시티=AP 뉴시스
미국 2부 리그인 유나이티드사커리그(USL) 챔피언십에서 뛰는 룸은 이날 퀴라소 골문 안으로 향한 상대 슈팅을 15번 막아냈다. 월드컵에서 골키퍼 선방(세이브) 횟수를 공식 집계한 1966 잉글랜드 대회 이후 정규시간 역대 최다 기록이다. 연장전을 포함하면 팀 하워드(미국)가 2014 브라질 대회 16강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선방 16번을 남긴 적이 있지만 동시에 2골도 내줬다.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룸은 “독일전 대패 후 전 세계가 우리를 비웃는 것 같았다. 오늘은 상대 슈팅을 막아낼 때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동료들 외침이 들리는 느낌이었다”면서 “퀴라소는 작지만 우리 심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해 기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4개 구성국 중 하나인 퀴라소는 역대 월드컵 본선 출전 국가 중 인구(15만 명)가 가장 적다.

‘어머니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20세 이하 대표팀에 뽑힐 만큼 유망주로 통했던 룸은 “퀴라소 축구 역사를 새로 쓰자”는 말에 ‘아버지의 나라’ 유니폼을 입고 성인 대표팀에 데뷔했다. 그리고 이날 그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월드컵 역대 최고령 사령탑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딕 아드보카트 퀴라소 감독(79)은 “우리는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와 사자처럼 싸웠다. 퀴라소는 오늘 큰 파티를 즐길 자격이 있다”며 또 눈물을 흘렸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전 때도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한편 네덜란드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스웨덴과 대회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치러 5-1로 이기면서 월드컵 역대 최장인 14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썼다. 네덜란드는 2014 브라질 대회 때부터 9승 5무를 기록 중이다. 축구는 승부차기로 이기거나 패해도 공식 기록은 무승부로 남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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