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사회가 강제하는 관념...노년에도 욕망을 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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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사회가 강제하는 관념...노년에도 욕망을 추구해야”

입력 : 2026.06.26 16:29

브뤼크네르 서울도서전 강연
전세계적 평균 수명 증가로
노년에 대한 관념도 변화해
“70대, 인생 끝난 시기 아냐
과거보다 할 수 있는 일 많아”

프랑스 대표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가운데)가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책만남홀2에서 ‘인생이라는 사계절’이란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현재 기자]

프랑스 대표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가운데)가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책만남홀2에서 ‘인생이라는 사계절’이란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현재 기자]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는 건 우리 인생에 있어서 혁명과도 같은 사건입니다. 60대, 70대가 되면 인생이 끝났다고 여기는 생각은 틀렸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과거에는 꿈꿀 수 없던 일을 이젠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책만남홀2. 이날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손꼽히는 소설가·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78)는 ‘인생이라는 사계절’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강연에서 평균 수명 증가에 따라 인생에서 맞는 ‘노년’을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름, 겨울에 자주 산을 찾는데, 실제로 산에 가보면 70대와 80대들도 스키를 타고 등산하며 활기차게 살아간다”며 “노년에도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최선의 것을 포기하지말고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방한한 브뤼크네르는 소설 ‘순진함의 유혹(1995)’ ‘아름다움을 훔치는 사람들(1997)’ 등으로 프랑스 주요 문학상인 메디치상과 르노도상을 석권한 프랑스의 대문호다. 철학자이기도 한 그는 2020년부터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은 에세이를 꾸준히 저술했다.

삶을 ‘영원한 도입부’라고 규정하며 나이가 들어가도 호기심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욕망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2021)’와 스마트폰과 비대면 세상이 초래한 무기력을 모험과 도전으로 극복하자고 주장한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2023)’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노령 인구가 급증하는 시기에 노년을 맞는 삶의 철학도 달라져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노년에도 늘어난 수명만큼 새로운 삶의 가능성과 존재 방식을 탐구하고 찾아나갈 길이 과거보다 넓어졌다는 취지다.

“제가 젊을 때 노인들을 보면 죽음이 가까워오는 사람이자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환희를 다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 같았어요. 내가 나이들면서는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방법이 달라졌을 뿐, 20대와 30대에 욕망하고 추구하는 바를 똑같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요. 나이는 사회가 우리에게 강제하는 하나의 관념이고, 우리는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어요. 주민등록증에 적힌 단순한 숫자에 체념하지 말라는 거에요.”

또 그는 노년은 물론 청년과 중년 등 과거 삶의 갈피로 규정됐던 인생의 특정 시기에 대한 관념도 재정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금 더 삶을 개인의 욕망대로 재조직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나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 그리고 행동양식이 존재한다고 보는 전통적인 사고에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현 세태를 예시로 들었다.

“프랑스에서도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나이대도 변화하고 있죠. 중년층이 리더 자리를 차지해 성숙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연령이라는 한계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를 규정짓는 한계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은 현대에 들어 인생에서 가장 유익한 점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팔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집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로 ‘욕망’을 꼽았다.

“여전히 새로운걸 발견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어요. 그게 글쓰기를 지탱하는 힘이에요. 새로운 걸 발견하고, 배우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갈망. 인간의 인생이라는게 욕망이 빠진다면 가치가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전히 사랑을 믿고, 새로운 아침에 경탄하고, 소망을 가져요. 제 안에는 아직, 조금 나이든 어린 아이가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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