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수용소 생존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감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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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수용소 생존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감옥이 있다"

입력 : 2026.06.26 16:38

'죽음의 수용소' 빅터 프랭클
현대인들의 공허·불안 진단

죽음의 수용소 이후 빅터 프랭클 지음, 유영미 옮김 북하우스 펴냄, 1만7800원

죽음의 수용소 이후 빅터 프랭클 지음, 유영미 옮김 북하우스 펴냄, 1만7800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테레지엔슈타트와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를 전전하며 죽음과 상실을 온몸으로 겪은 빅터 프랭클. 부모와 아내, 남동생을 잃은 뒤에도 정신과 의사로 수십 년을 살아온 그가 인간이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신간 '죽음의 수용소 이후'는 프랭클 사후 발견된 미출간 유고작을 엮은 책으로 삶의 의미와 자유, 책임, 고통,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을 총 4개 장을 통해 보여준다.

책은 1946~1984년 이뤄진 프랭클의 다양한 강의와 원고를 담았다. 1부는 '의미의 위기와 시대정신'을 주제로 현대인이 겪는 실존적 공허와 집단적 불안을 짚는다. 2부와 3부에서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길, 그리고 인간의 자유와 책임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마지막 4부는 죽음과 덧없음 앞에서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묻는다. 이를 통해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그 의미를 실현할 책임 또한 스스로에게 있다고 책은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아우슈비츠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개인의 고통을 역사적 비극과 단순 비교하자는 뜻이 아니라, 누구나 삶에서 감당해야 할 상실과 절망, 불가피한 고통을 마주한다는 사실을 일깨우자는 것이다.

실제로 책이 담고 있는 삶의 의미는 강제수용소 같은 거대한 고난보다는 복지국가 오스트리아의 청소년들이 겪는 진로 고민과 공허 같은 보다 일상적인 데에 초점을 맞춘다. 프랭클은 "사람들은 내가 아우슈비츠 경험을 통해 심리 치료의 새로운 방향이나 체계 같은 것을 갖추게 되었다는 서사를 퍼뜨리기를 좋아한다"며 "나는 이미 첫 책의 원고를 다 완성한 상태로 아우슈비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결국 저자는 피할 수 있는 고통은 적극적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는 그것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고 어떤 의미로 전환할 것인지가 인간의 존엄을 가른다는 교훈을 전한다. 해야 할 일을 해내고, 타인을 사랑하고, 불가피한 고통을 감당하는 방식 속에서 삶의 의미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독일어판에 없는 특별 서문도 실렸다. 프랭클의 손자인 알렉산더 베셀리프랭클이 할아버지와의 기억을 바탕으로 오늘날 왜 프랭클의 메시지가 다시 읽혀야 하는지를 풀어낸 글이다. 베셀리프랭클은 "많은 사람이 내게 할아버지에게서 어떻게 가르침을 받았느냐고 묻는다"며 "할아버지는 말로 가르치지 않았다. 대신에 가르침을 몸소 삶으로 보여주었다"고 회고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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