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 이 기사에는 영화 ‘호프’의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영화 ‘호프’의 제목부터 외계인의 존재, 그리고 엔딩에 담긴 의미까지 직접 설명했다.
나홍진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호프’ 인터뷰를 진행해 동아닷컴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외계인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나홍진 감독은 ‘호프’에 외계인을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곡성’에서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더 나아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주라는 공간까지 가게 됐고, 그 존재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외계인이 등장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강조하며 나홍진 감독은 “그렇게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면 외계인인지도 몰랐을 거다. 영화 안에서는 외계인인지, 괴물인지 모르는 존재여야 했다. 관객들이 ‘얘는 뭐지?’라는 감정을 먼저 느끼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또 “외계인들도 각자 신분과 역할이 다르고, 불시착 이후 오랜 시간 고난을 겪고 있는 존재들이라는 설정을 담았다. 원래는 지금보다 훨씬 흉측한 모습이었지만 여러 고민 끝에 현재의 디자인으로 완성했다”라고 덧붙였다.
● 왜 범석(황정민 분)의 시선으로 시작했나
나홍진 감독은 ‘호프’의 가장 중요한 장치로 ‘관점’을 꼽았다.
그는 “사실 이 이야기는 외계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들의 시선으로 시작하면 관객이 느낄 감정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범석을 따라가며 아무 정보 없이 사건을 겪는다. 그러다 노인을 만나고, 조금씩 정보를 알게 되면서 관객의 시선도 바뀌게 된다”라며 “같은 장면이라도 정보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 “관객에게 죄의식을 심고 싶었다”
범석의 시점을 택한 이유는 결국 관객의 감정을 흔들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를 보다 보면 어떤 분들은 그 존재를 보고 웃기도 한다. 그런데 이후 그 존재의 사정을 알게 되면 처음 자신의 감정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관객에게 죄의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정보를 얻기 전과 후, 같은 장면을 전혀 다른 감정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 이후에도 범석과 성기(조인성 분)를 계속 따라가게 되는데, 그때는 관객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그 차이가 궁금했다”라고 덧붙였다.
● 악행에는 거창한 이유가 없어도 된다
영화 후반부 핵심 인물인 목수(양배, 음문석 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나홍진 감독은 “목수(양배)는 결국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공간을 제공한 인물이자 원흉”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악행에는 반드시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현실에서도 큰 비극은 특별한 악의를 가진 사람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도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상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 “‘호프’는 희망보다 믿음의 이야기”
영화 제목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
나홍진 감독은 “저는 희망보다 믿음이 더 위에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간절한 희망이 믿음이 되고, 확신이 되고, 결국 증거가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이의 부활 역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잘못된 악으로 희생된 존재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프’는 어둡고 잔인한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굉장히 따뜻하고 포지티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 이 영화는 결국 관객의 것
끝으로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해석을 관객들에게 맡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다. 같은 영화를 봐도 모두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며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보다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방식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는 묻거나 답을 정해주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를 본 순간부터는 관객의 영화다. 관객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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