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에 도전하는 이민성호 최종 명단이 발표됐다.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큼이나 관심이 쏠리는 건 금메달에 달린 선수들의 '병역 특례'다. 손흥민(LAFC)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도 이 루트를 통해 병역 문제를 해결한 덕분에 유럽 등 해외 무대를 누비고 있다.
이민성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은 아예 부임 당시부터 대놓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선수들의 병역 혜택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취임 기자회견 당시 "아시안게임은 정말 우승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선수들에게 중요한 기로"라며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정작 9일 발표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최종엔트리에는 무려 3명의 '군필' 선수가 포함됐다. 이승원(23·강원FC)과 김준홍(23·수원 삼성), 이영준(23·그라스호퍼)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김천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다한 예비역들이다. 그런데도 이 감독의 부름을 받아 오는 9월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이전 대회에서도 병역 문제를 이미 해결했거나 군 복무 중인 선수들이 참가한 사례들은 있었다. 2022 항저우 대회 당시엔 김천에서 이미 병역 의무를 마쳤던 김정훈(FC안양·당시 전북 현대)이 참가했다. 조영욱(FC서울·김천)은 당시 상무 소속으로 참가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엔 황인범(페예노르트·당시 아산 무궁화)이 경찰청 소속으로 병역을 이행하다 각각 '조기 전역'했다. 다만 이번처럼 3명의 '군필' 선수가 대회에 나서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선수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포지션에 군필 선수들이 선발된 건 아니다. 그동안 병역이 해결됐거나 군 복무 중인 선수들의 발탁 배경엔 '뽑을 만한 경쟁력 있는 선수가 없다'는 논리가 자리했다. 엔트리 대부분이 미필 선수들로 꾸려진 것 역시, 실력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웬만해선 병역 해결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는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대표팀의 더할 나위 없는 동기부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명단엔 고개를 갸웃할 만한 '군필' 발탁들이 있다. 미드필더 이승원이 대표적이다. 물론 선수가 가진 재능과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선수다. 다만 적어도 올 시즌으로 한정하면, 그는 소속팀에서조차 출전 기회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입지가 줄어든 상태다. 16라운드까지 진행된 K리그1에 단 8경기에 나섰는데, 선발은 단 2경기뿐이다. 최근엔 3경기 연속 교체로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팀 내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 경쟁에서 밀린 상태에서도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받은 셈이다.
구체적인 역할 등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미드필더 가운데 '엔트리 탈락'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인 선수들이 있다는 점에서 이승원의 발탁은 더 의외라는 평가다. 서재민(23·인천 유나이티드) 손정범(19·FC서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번 시즌 소속팀을 넘어 K리그1 전체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미드필더들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승선도 기정사실처럼 보였으나, 정작 엔트리 탈락의 쓴맛을 봤다. 대신 '군필' 이승원이 태극마크를 다는 셈이다.

골키퍼 한태희(22·대구FC)의 선발 제외 역시 아쉬움이 남을 만하다. 물론 김준홍은 K리그 복귀 후 수원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다. 다만 한태희 역시 어린 나이로는 이례적으로 지난 시즌부터 대구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다. 실력에서 월등히 차이가 나는 수준이 아니라면 결국 '미필'에 더 무게가 기울 만도 한 상황. 이민성 감독의 최종 판단은 그러나 '군필' 김준홍의 발탁, 그리고 한태희는 아예 엔트리 제외였다.
장신 스트라이커 이영준의 발탁은 그나마 동나이대 소속팀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자원이 없다는 점과 맞물려 그나마 이해될 만한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된 일부 '미필' 유럽파 공격 자원들의 최종 엔트리 제외와 맞물리면 아쉬움이 남을 만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A매치 기간과 대부분 겹치는 만큼, 유럽파 공격 자원들의 차출 협의 과정에서 소속팀이 거절했을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상황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군필을 3명이나 뽑은 이례적인 결정은, 지난 1년의 준비 과정 동안 이민성 감독 스스로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민성호는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두 살 어린 팀들에 지고 베트남에도 사상 처음으로 져 4위에 머무르는 등 최악의 부진에 그쳤다. 취임 당시 선수들의 병역 혜택을 강조했던 이민성 감독이 돌연 "군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성적이 우선"이라며 노선을 바꾼 것도 그 시기였다.
이같은 결정은 아시안게임의 유일한 목표인 금메달 획득 실패 시 이민성 감독에게는 더욱 '치명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례적으로 군필을 3명이나 뽑고도, 금메달 도전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 이민성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구성과 관련해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현재 이 연령대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단기 토너먼트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들로 최종 명단을 구성했다"며 "팀 전체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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