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게임 왜 죽이나 VS 서비스 종료는 회사의 권리 [게임 인더스트리]

19 hours ago 4
“내 게임을 죽이지 마세요!”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고, 게임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온라인 기반 게임은 일정 시점 이후 라이브 서비스가 종료되며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하게 되죠. 충분한 고지와 보상이 뒤따른다면,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료로 구매한 패키지 게임이 온라인 접속 종료와 함께 오프라인 플레이와 싱글플레이마저 불가능해진다면 어떨까요? 말 그대로 ‘내돈내산’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종료와 함께 콘텐츠 접근권 자체를 상실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한 이용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Stop Killing Games(게임을 죽이지 말라)” 운동입니다.

더 크루 출처 = 유비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더 크루 출처 = 유비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해당 운동의 시발점은 2024년 4월, 유비소프트의 레이싱 게임 ‘더 크루(The Crew)’의 서비스 종료에서부터입니다. 2014년에 처음 출시된 이 게임은 ‘싱글플레이조차’ 서버 접속이 필요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기에, 서버가 닫히는 순간 게임 자체의 접근이 불가능해졌죠.

이용자들은 유료 DLC와 콘텐츠를 포함해 돈을 주고 구매한 게임이 회사의 방침 하나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현실에 분노했습니다. 게임의 영원한 업데이트를 바란 건 아니어도, 혼자 즐기는 모드조차 차단된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Stop Killing Games 출처 = Stop Killing Games 공식 홈페이지

Stop Killing Games 출처 = Stop Killing Games 공식 홈페이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Stop Killing Games 운동입니다. 2024년 4월 게임 보존 활동가인 로스 스콧(Ross Scott)이 이 운동을 주도하여 일종의 국민 청원 제도인 ‘유럽 시민 이니셔티브(European Citizens’ Initiative)’를 통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자 했습니다.해당 운동의 핵심은, 서버 기반의 게임이라 하더라도 유료로 판매되었다면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최소한 이용자가 접근 가능한 형태로 보존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로스 스콧은 “우리는 무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접근 가능한 최소한의 방법을 제공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오프라인 모드나 개인 서버 연결 지원 등 EOL(End-of-Life, 서비스 종료 방식)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비디오 게임 유럽의 Stop Killing Games에 대한 성명 출처 = 비디오 게임 유럽 공식 홈페이지

비디오 게임 유럽의 Stop Killing Games에 대한 성명 출처 = 비디오 게임 유럽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게임 산업계는 전반적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오프라인 버전의 전환을 지원하는 것에도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는 겁니다. 별도 보안 체계 마련, 유지비용, IP 유출 우려 등 현실적인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퍼블리셔 연합체인 비디오 게임 유럽(Video Games Europe) 역시 모든 게임에 EOL 계획을 강제하는 것은 개발자에게 과도한 부담이고, 창작물에 대한 종료 결정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비소프트 EULA 출처 = 유비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유비소프트 EULA 출처 = 유비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또한 현 시점에서 대부분의 게임은 이용자가 ‘구매’하는 것이 아닌, 일정한 조건 하에 ‘사용권’을 부여받는 구조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게임사들은 콘텐츠를 영구적으로 제공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데요. 이는 이용자가 게임을 설치하거나 플레이하기 전 동의하게 되는 EULA(최종 사용자 라이선스 계약)에 기반합니다.

예를 들어 유비소프트가 제시하는 EULA를 살펴보면 ‘본 제품은 귀하에게 라이선스가 부여된 것이며, 판매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용자가 구매한 게임은 ‘소유물’이 아닌 ‘접근권’의 형태로 제공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계약 구조로 서비스 종료의 책임을 게임사에게 전부 물리기에는 법적 해석의 여지가 넓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Stop Killing Games 운동은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와 접근권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말 기준, 유럽 시민 140만 명 이상이 운동에 동참할 정도로 관심과 영향력이 커졌죠. 해당 수치는 EU 집행위원회가 정식 심의에 착수하는 기준선을 넘긴 수치입니다.

140만 개 이상의 서명이 모였다 출처 = Stop Killing Games 운동의 ECI 등록 페이지

140만 개 이상의 서명이 모였다 출처 = Stop Killing Games 운동의 ECI 등록 페이지
이에 따라 유럽 내에서 관련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 게임사들은 서비스 종료 전‘EOL(End-of-Life)’ 계획을 마련하고, 종료 이후에도 최소한의 플레이 수단을 제공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 뿐 아니라 글로벌 퍼블리셔들의 규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게임 설계 및 유통 방식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죠.

다만 아직까지는 법적 의무가 명확히 규정된 것은 아니고, 채산성 문제 등 기업의 입장에서 운영 지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있는 만큼, 이용자 보호와 기업 권리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Stop Killing Games 운동의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로 산업계와 이용자 양쪽 모두가 일정 수준 수긍할만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게 필요한 때입니다.

게임동아 신승원 기자 sw@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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