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와 냄새를 줄이고 맛과 향이 더해진 가향담배와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가 부상하면서 흡연율이 역주행하고 있다. 금연 정책을 무력화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새로운 대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12일 대한금연학회가 발표한 ‘담배 제품 국내 유통시장 조사 및 흡연 행태 심층 분석 연구(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궐련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약 640억 개비였던 궐련 판매량이 2023년에는 약 620억 개비로 4.2% 감소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약 65억 개비에서 약 120억 개비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현 추세를 고려했을 때 2028년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규모가 약 5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급증세를 보이는 것은 가향 담배다. 가향 담배는 다양한 맛과 향이 더해졌으며, 냄새 저감 기술 등을 활용해 흡연 진입 장벽을 낮추어 특히 젊은 여성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2013년 전체 담배 판매량의 9.8%에 불과했던 가향 담배는 2023년 46.7%까지 치솟았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는 48%에 달했다.
이러한 통계는 흡연율이 역주행하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지난 10년 간 성인 궐련 흡연율은 꾸준히 감소해왔는데, 이례적으로 2023년에는 성인 남녀 흡연율이 동반 상승했다.
특히 5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궐련 흡연율이 전년 대비 각각 9.6%, 6.3% 증가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연구진은 궐련형 전자담배와 가향 담배의 확산을 통해 전반적인 흡연 인식이 완화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즉 신종 담배의 확산으로 흡연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져 일부 집단에서는 오히려 전통 담배인 궐련 사용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새로운 담배 제품의 출현이 기존 흡연자에게 금연을 더 어렵게 만들고, 비흡연자에는 흡연을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니코틴 유사물질은 기존 니코틴보다 중독성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만큼 시장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강력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