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증시에…투자 대기자금 15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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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줄고 요구불예금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출렁여도 빚 내서 투자하는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에 묶여 있던 자금이 다양한 투자처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쟁에도 증시로 자금 이동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937조4565억원으로 2월 말(946조8897억원)보다 9조4332억원 감소했다. 지난 2월만 해도 은행권 정기예금은 1월보다 10조원가량 늘어났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조원 가까이 빠졌다. 정기예금은 지난해 10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초 감소세로 전환했다.

널뛰는 증시에…투자 대기자금 15조 급증

은행 정기예금에서 빠진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87조원대였던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올해 1월 106조원대로 늘어난 뒤 지난달 말까지 계속 110조원대(3월 31일 기준 110조2889억원)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투자자예탁금은 121조8992억원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전쟁 여파로 ‘널뛰기 장세’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90.36포인트 급등해 역대 최대 수준의 상승 폭을 나타냈다.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종전 기대가 무너지면서 코스피지수가 4.47% 떨어졌다.

◇ 증시 대기 자금 급증

혼돈스러운 장세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빚투’는 활발하다. 지난달 말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32조9226억원으로 2월 말(32조6690억원)보다 2500억원가량 늘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104조6595억원)도 2월 말보다 3475억원 증가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자금이 늘었다. 5대 은행에 따르면 투자 대기자금 성격의 은행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말 기준 699조9081억원으로 한 달 사이 15조477억원 급증했다. 지난해말 줄어들었던 요구불예금은 올 들어 3개월째 증가세다.

금리가 낮아 은행 정기예금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수준을 밑돌고 있다. 저축은행은 연 4%에 가까운 고금리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은행 예금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식 투자 수익률이 너무 높아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고객이 줄고 있다”며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처가 마땅치 않아 무리하게 예금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기예금이 아니라 금리가 높은 단기 금융상품으로 시중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은행권 자금 상당수가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건 맞지만 투자자의 매수 여력이 점점 줄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정기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고금리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가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반년 이상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금리·환율·통화정책 변수에 따라 자금 이동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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