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카타르 공습에… 트럼프 “내 뜻 아냐”

4 hours ago 2

휴전 중재국 카타르 내 하마스 공격
美방관 논란에 “이스라엘 독단 결정”
우방국 카타르엔 “재발 방지 보장”

9일 오후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 시내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정치국원들의 거주지를 공습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공격으로 하마스 조직원 등 6명이 숨졌다. 사진 출처 알 아라비야 웹사이트

9일 오후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 시내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정치국원들의 거주지를 공습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공격으로 하마스 조직원 등 6명이 숨졌다. 사진 출처 알 아라비야 웹사이트
“이번 공격이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카타르 공습에 대해 노골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습이 “미국과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이라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예멘에 이어 이란을 공습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원 거주지를 공습했고 6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카타르를 포함해 걸프 지역의 아랍 왕정 산유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을 공격한 건 처음이다. 미국의 우방으로 대규모 미 공군기지가 자리 잡고 있는 카타르는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을 중재해 왔다. 다만, 카타르는 2012년부터 하마스의 정치국 사무실 설치를 허용하는 등 하마스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 트럼프 “네타냐후 독단적 결정” 불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트루스소셜에 “오늘(9일) 오전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미군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통상 주요 공격에 나서기 전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해오던 이스라엘이 이번엔 예고도 없이 미국의 우방국을 공습했다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또다시 미국에 사전 통보 없이 공격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로부터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은 네타냐후 총리가 내린 결정이지 내가 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선 “보고를 받은 즉시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에게 카타르에 임박한 공격에 대해 알리라고 지시했다. 윗코프 특사가 그렇게 했지만 불행히도 공격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방관했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카타르 에 미 본토 밖의 최대 공군기지인 ‘알우데이드 기지’를 두고 있는데도, 이스라엘의 공격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의 공격 개시 10분 뒤에야 미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며 “100%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카타르의 거센 반발에 미국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카타르 국왕 및 총리와의 통화에서 “카타르 영토에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보장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카타르 간 방위협력협정(DCA) 체결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이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대한 보복임을 내세웠다. 그는 이날 예루살렘에 있는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해 “테러리스트가 특정 장소에서 면책 특권을 누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습이 전날 예루살렘 버스정류장에서 무장괴한 2명이 버스에 총격을 가해 6명을 살해한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보복 공격이었다고 밝혔다.

● “이스라엘 확전으로 중동 정세 ‘뉴 노멀’ 열릴 것”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기로 이란, 레바논, 시리아, 예멘에 이어 카타르까지 공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층 불안해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면책 지대는 없다’는 선언이 확전의 전주곡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으로 이스라엘이 중동 각지의 테러집단에 보복 공격을 가하는 일이 거듭되면서 중동 정세의 ‘뉴 노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공격으로 하마스 휴전 협상 대표단을 이끌던 정치국 부의장 칼릴 알 하이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이 숨져 휴전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10일 미국 뉴욕에선 카타르 공습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린다. 회의 소집을 요청한 알제리와 파키스탄 등이 공격을 규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의는 9월 순회 의장국인 한국 주재하에 열린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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