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투자받고, 기생충 흥행 깨고…K애니의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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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첫 장편 K애니 '이 별에 필요한' 30일 공개
'킹 오브 킹스'는 북미 '기생충' 흥행 수익 넘어
봉준호·김태용 등 거장 감독들도 애니 도전 나서

  • 등록 2025-05-22 오전 6:01:00

    수정 2025-05-22 오전 6:01: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K애니메이션(K애니)이 한국 영화 시장을 살릴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K애니는 유아용 프랜차이즈 작품들을 제외하면 국내 극장에서 늘 찬밥 신세였다. 실사 드라마, 영화처럼 배우 인지도에 기댈 수 없고, 디즈니, 픽사, 지브리 등 해외 애니에 비해 관객 관심도도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상이 달라졌다. 북미 극장가를 점령하는가 하면, 글로벌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첫 투자·제작에 참여한 장편 K애니는 공개 전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K애니로 영역 확장…‘이 별에 필요한’ 공개

넷플릭스는 오는 30일 ‘이 별에 필요한’(감독 한지원)을 전 세계 190여개 국에 처음 공개한다. ‘이 별에 필요한’은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투자·제작에 참여한 K애니다. 2050년 서울,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의 꿈을 접어둔 제이가 만나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애니메이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웹툰 강국으로 이미 뛰어난 지식재산권(IP)을 보유 중이나, 이를 애니로 제작할 인프라가 부족해 그간 일본 등에 제작 주도권을 넘겨준 적이 많았다”며 “이 작품의 성공이 열악한 K애니 시스템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월에는 이우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오컬트 애니 ‘퇴마록’(감독 김동철)이 잠재력을 보여줬다. 개봉 당시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원작 고증, 독창적 연출로 팬덤을 양산ㅎ는 등 성인 애니로는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누적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K애니가 치솟는 제작비, 광고시장 위축 등으로 리스크를 줄이려는 K콘텐츠 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애니는 실사 영화에 비해 인력이나 기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일본, 미국의 애니 제작비는 1000억 원을 훌쩍 넘기도 하지만, K애니는 30억~60억 원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충분한 IP 자원, 실사 영화보다 적은 예산 등 K애니의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라며 “앞서 ‘진격의 거인’ 등 원작 인기가 높은 애니 작품이 국내 극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영화 ‘퇴마록’ 스틸. (사진=쇼박스)

‘킹 오브 킹스’ 북미 돌풍…봉준호 감독 신작도 애니

외국에서도 K애니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는 지난 14일(한국시간) 개막해 프랑스 칸에서 진행 중인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포착됐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한국 장편 영화는 단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으나 정유미 감독이 연출한 단편 애니 ‘안경’이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한국인 최초로 진출했다.

지난 달에는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부활절 시즌 북미에서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개봉 17일 만에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북미 흥행 기록을 깨고 북미 누적 수익 5451만 달러(784억 원)을 달성했다.

국내 유명 감독들의 애니메이션 도전도 눈에 띈다.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에 이은 차기작으로 현재 심해 생물을 소재로 한 애니 작품을 만들고 있다. ‘만추’, ‘원더랜드’ 김태용 감독도 연극을 원작으로 한 애니 작품 ‘꼭두’의 연출을 맡았다.

‘퇴마록’ 제작사인 로커스의 홍성호 대표는 “콘텐츠의 팬덤 소비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만큼 뛰어난 IP를 활용한 애니 제작이 세계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K애니가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만큼 이를 이어갈 수 있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영화 ‘킹 오브 킹스’ 스틸컷. (사진=모펙스튜디오)
정유미 감독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 스틸. (사진=한국영화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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