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우크라이나가 4년 넘게 이어진 러시아와의 전쟁 기간 잃은 노동력 비율이다. 수백만 명이 해외로 피난을 떠났거나 군에 징집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경제는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원격 근무를 적극 활용하는 등 전시 상황에 맞춰 노동 시장을 재편한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 시간) 덴마크에 기반을 둔 정책 연구기관 록울재단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노동력의 4분의 1가량을 잃었다. 해외 이주만으로 약 300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에 동원된 인구는 최소 70만 명이다. 시민 수백만 명은 러시아 점령 지역에 고립돼 있다.
상당수의 시민은 공습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서부 지역으로 이동했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인 경제전략센터(CES)의 선임 연구원인 이리나 이폴리토바는 “전통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는 산업 중심 지역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농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중·서부로 이동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에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산업 인력이 농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과 근로자가 적절히 매칭되지 못해 높은 실업률과 심각한 인력 부족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록울 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노동 시장은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여성 근로자의 직무 선택지가 확대됐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자리라 여겨지던 광업, 운송업 등에 여성이 유입됐다. 생산 가능 연령대(만 15~64세) 남성이 전쟁터로 향하자, 그 빈자리를 여성이 채운 것이다. 고령자와 장애인의 노동 시장 참여도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가 확산한 것도 한몫했다. 해외로 피난을 떠난 화이트칼라(사무직)가 계속 근무하는 것이 가능했다. 일론 머스크가 초고속 위성 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제공하는 등 인터넷이 유지된 덕분이다. CES의 정기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일하던 성인 난민 중 약 16%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거시 경제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8.8%까지 떨어졌던 우크라이나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23년 5.5%를 기록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올해 실질 GDP가 2.5% 늘고 내년엔 증가율이 4.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가 노동력 부족을 극복한 사례는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한국에 큰 교훈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9년 정점(3762만8000명)을 찍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30년 3416만6000명을 거쳐 2050년에는 2444만8000명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경우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규직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계약 기간에 따른 다양한 고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착화된 ‘직업 성별’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전임교수는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성별에 따른 직무의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며 “일하는 방식이 유연해지고 성과 중심으로 직업의 가치가 재평가 되고 있는 만큼, 성·연령 중립적인 노동 시장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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