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값, 시 값[이준식의 한시 한 수]〈381〉

5 days ago 8

열 살 조그만 아이, 노래 잘해 천자를 뵙네.예순의 외로운 노인, 시 잘 지어도 홀로 강가에 섰네.지난해 서경의 한 사찰, 뭇 악공들 강경(講經) 법회에 모여목청 높여 ‘죽지사’ 부르며, 좌선하는 스님을 공양했네.시 잘 지어도 노래만 못하다니, 서글피 ‘시경’ 삼백 편을 바라보네.(十歲小小兒, 能歌得朝天. 六十孤老人, 能詩獨臨川. 去年西京寺, 眾伶集講筵. 能嘶竹枝詞, 供養繩床禪.能詩不如歌, 悵望三百篇.) ―‘교방의 어린 가수(교방가아·敎坊歌兒)’ 맹교(孟郊·751∼814)어느 시대에나 대접받는 재능과 홀대받는 재능이 있다. 이 시는 열 살 교방 가수와 예순의 시인을 마주 세운다. 어린아이는 노래를 잘해 천자(황제)를 뵙지만, 평생 말을 벼려 시를 지은 노인은 홀로 강가에 서 있다. 재능의 깊이보다 세상의 취향이 운명을 가른 것이다. 사찰의 법회라고 설법만 있던 건 아니었다. 악공들은 민요 ‘죽지사’를 불러 승려들을 공양했다. 강연회에 초청 가수가 등장한 셈이다. 법문만으로 청중을 붙들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나 보다. 맹교가 서글퍼한 것은 노래를 업신여겨서가 아니다. 노래는 궁궐에 닿았으나 ‘시경’ 삼백 편을 잇는 시재(詩才)는 강가에 쓸쓸히 남았다. 맹교의 한숨이 오늘날인들 다를까. 사람들은 깊은 사색보다 즉각적인 재미를, 긴 글보다 짧은 영상을 택한다. 그러나 박수는 금세 멎어도, 오래된 시 한 편은 천 년 뒤 누군가의 마음에서 조용히 앙코르를 받는다. 이준식의 한시 한 수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고양이 눈 윤덕원의 가사의 재발견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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