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주문 폭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 교토 기업 무라타제작소의 노사는 지난 3월 '2026년 춘투(춘계 노사협상)'에서 기본임금을 월 1만8000엔(약 17만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조합의 요청을 회사가 100% 수용한 것이다.
◆ "설비 투자 먼저" 수용한 노조
지난해엔 노조가 월 1만7000엔 인상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1만5000엔까지만 들어줬다. 임금을 인상하는 것보다 MLCC 분야에 대한 투자가 더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나카지마 노리오 무라타 사장은 "시장점유율 1위 지위를 보다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라타는 2025~2027년 3년간 중기 투자 계획으로 6800억엔(약 6조4300억원)을 제시했다. 대략 2년 치 영업이익을 모두 투자를 위해 쓰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부품 산업을 이끌어가는 교토 기업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상호 신뢰에 근거한 협조적 노사관계'를 꼽는 분석이 많다. 노사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고용 유지나 회사 경영의 안전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내린 것이다.
물론 1970년대 무라타도 소위 '49년 투쟁'으로 1개월 넘게 파업이 진행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오일 쇼크로 1974년(일본 연호 쇼와 49년) 일부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마찰을 빚었고, 결국 양쪽이 타협점을 찾아 절충하는 과정을 거쳤다.
일본 경제학자인 이노키 다케노리는 무라타의 노사 분규를 분석한 그의 논문에서 "49년 투쟁은 무라타제작소 노사관계 정상화의 계기가 된 역사적인 노동분쟁이었다"며 "이후 협조적인 노사관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매년 노사 함께 해외 경제 시찰
교토 지역 경영자들이 모여 1946년 설립한 교토경영자협회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이곳은 일본 최대 노조 조직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교토지방연합회와 함께 상생을 위한 노사관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양 단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교토 지역경제의 발전과 안정된 고용 유지다. 이를 위해 매년 노사 공동으로 해외 경제·노동환경을 시찰하는 합동조사단 행사를 공동 개최한다. 지난해까지 모두 22차례 열렸다. 두 단체에 행정기관인 교토부가 가세해 최근 현안에 대한 세미나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특히 저출생·고령화 상황에서 노동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공동 연구가 활발하다.
[교토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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