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연령 75세로 높여 일할 인구 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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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겸 대한노인회장 인터뷰
1년에 1세씩 상향, 2035년 75세로 높여야
정책 바꾸기 어려워…올릴때 70세 아닌 75세가 적합
66세부터 임금 삭감…75세 20% 수령안 구상
주택의 30%는 '영구임대'로 공급해야
민간참여 위해 최저수익 보장 '유인책' 필요

  • 등록 2025-05-16 오전 5:00:00

    수정 2025-05-16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작년 2월 출산한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그야말로 ‘억 소리’나는 파격 지원책은 코스피에 상장된 대기업도, 정부도 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1983년 부영그룹을 설립한 창업주이자 사실상 부영 지분 100%를 보유한 이 회장만이 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이에 정부는 ‘출산장려금 전액 비과세’로 화답했다.

대한민국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자리매김한 이 회장은 이번엔 ‘노인연령 75세 상향’이라는 공을 쏘아 올린다. 현재 65세인 노인연령을 1년에 1세씩 상향해 2035년 75세로 조정하자는 주장이다. 작년 10월 대한노인회장으로서의 취임일성이었다. 21대 대통령 선거를 20일 앞둔 시점이라 이는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해야 하는 새 정부에 제시하는 정책 제안이기도 하다.

이중근 부영 회장 겸 대한노인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인구오너스’ 시대…노인연령 상향해 일할 인구 늘리자

이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노인연령을 1년에 1세씩 올려 2035년 75세로 상향해야 한다”며 “75세까지 일을 할 수 있게 해 생산가능인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만 15세~64세)가 2017년부터 감소,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고령인구 증가) 시대에 접어들었다. 2050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약 1891만명으로 전체 인구수 4774만명의 40%로 급증한다. 노인 수가 현재(약 1000만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이 회장은 “75세까지 최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인구계획상의 노인 인구를 줄여야한다”며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하면 2050년 노인 수는 1200만명으로 현재보다 200만명만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구오너스 시대이지만 일할 수 있는 나이를 75세까지 늘려 노인 부양 부담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인구부’ 신설도 필요하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75세까지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현재 정년이 60세인데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10년을 더 일해야 한다. 이 회장은 “이들을 전문조직이나 위원회 조직에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65세에 임금이 정점을 찍고 66세가 되면 종전 임금의 40%만 받고, 매년 2%씩 임금을 줄여 75세가 되면 임금의 20%만 받게 되는 식으로 구상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월 500만원을 받던 사람은 66세가 되면 200만원, 75세가 되면 100만원을 받게 된다. 이 회장은 “기업이 (65세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 기업반, 정부반 임금을 부담하면 될 것”이라며 “현재 정부에선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최대 34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데 이보다 많은 액수”라고 설명했다.

정부 등에선 노인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먼저 상향한 후 단계적으로 75세까지 올리자는 의견도 나온다. 2년에 1세씩 상향해 2035년 노인연령을 70세로 먼저 올리자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75세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노인연령이 1981년 제정된 이후 4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데 한 번 정해진 정부 정책을 바꾸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70세로 상향된 후 다시 75세로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대한노인회 내부에서도 동의된 내용”이라며 “당사자인 우리가 주장해야지, 옆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1941년생으로 올해로 85세다.

이 회장은 저출산도 중요하지만 고령화가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봤다. 이 회장은 ‘재가 임종’으로 요양원이 아니라 집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처럼 외국인 간병인을 낮은 인건비로 들여와 간병 인력을 확대하고 요양 관련 예산을 ‘집에서 요양’하는 비용으로 돌리면 된다는 구상이다. 이 회장은 “부영은 캄보디아에 간호대학을 설립해 간호대를 개교했고 요양보호사 양성을 위해 한국 정부와 캄보디아 정부가 협약했다. 라오스에서도 관련 학교 인가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 인력을 부모 봉양에 쓰려고 하면 생산가능인구가 더 줄어들 것이라 외국에서 간호인력을 수입해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중근 부영 회장 겸 대한노인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휸 기자)

◇ “주택의 30%는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이 회장은 부영그룹의 본질인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 구조는 자기 주택 소유가 60%, 임대가 40%인데 앞으로 소유가 70% 영구임대주택 30%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회장은 “주택시장이 소유와 임대 주택으로 구분되고 임대 주택은 ‘영구임대’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죽을 때까지 해당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겠냐”며 “임차인에게 5년 후, 10년 후 임대주택을 사라는 식의 ‘조건부 임대’는 매매 가격 등으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분양 전환 임대주택’은 임차인에게 임차 기간 동안 주택 비용을 아꼈다가 살던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한편에선 임차 기간 동안 매입 시세가 과도하게 올라갈 경우 임차인이 주택 매입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임대주택에서 쫓겨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회장은 영구임대주택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구임대주택은 현재 전체의 1%인 22만 가구(2023년 22만 4116가구)인데 대부분 9평, 12평짜리로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민간업체가 영구임대주택 공급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저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주택업을 50~60년 했는데 아직 우리나라 주택정책이 안착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장관만 44명 바뀌었다. 집을 짓는 데 5년 걸리는데 공무원은 계속 바뀌니 정책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는다”며 “주택 정책만큼은 주택기획위원회 등의 장기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영에 대해선 “제가 바라는 것은 (부영이) 연간 1만~2만 가구의 영구임대주택을 계속 공급하는 것이고, 부영이 만든 주택이 ‘쓸만해, 살만해’라는 말만 들으면 되지, 최고일 필요는 없다. 최고는 유지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손자, 증손자 세대까지 우리 기업을 오래 유지하고 존재하는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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