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집이 좋은 집일까…초고층 아파트 거주 만족도는 ‘글쎄’

3 days ago 5

탁 트인 조망·랜드마크로 부동산 가치 높지만
안전 문제·건강 우려…높은 관리비도 부담

ⓒ뉴시스
최근 국내 대도시를 중심으로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건설사들은 조망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랜드마크 효과 등을 내세워 고층 아파트를 고급 주거 상품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분양 시장에서도 초기 청약 경쟁률이 높고, 일부 단지는 웃돈까지 붙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초고층 아파트가 실제로 ‘살기 좋은 집’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생활 편의성과 관리비 부담이다. 고층일수록 승강기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저층에 비해 외부 출입에 불편함이 따른다.

특히 긴급 상황에서 대피가 어려워 안전 문제도 자주 지적된다. 초고층 건물은 화재, 정전,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대응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으며, 소방·구조 인력 접근에도 한계가 있다. 실제로 2020년대 이후 고층 아파트 화재 사건이 몇 차례 발생하면서 안전 설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관리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고층 아파트는 구조상 냉난방, 급수, 승강기 등 설비가 복잡하고 유지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고층의 경우 냉방효율이 떨어지거나, 강풍으로 인한 소음·진동이 발생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로 인해 거주 만족도가 기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저층에 비해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게 통설이다. 일본 도카이대 의학부 오사카 후미오 교수는 초고층 아파트 거주민의 유산과 사산 등 이상분만 현상이 주택 및 저층 아파트보다 높다는 연구결과(2012년)를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고층 아파트의 장점도 분명하다. 랜드마크여서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탁 트인 조망권은 물론, 도심에서 조밀하게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효율적 대안이라는 점에서 도시계획 측면의 장점이 있다. 일부 고층 단지는 복합문화시설이나 특화 커뮤니티, 스마트 홈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어 고급 주거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전문가들은 고층 아파트가 단지 ‘높은 집’이 아니라 ‘살기 좋은 집’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는 물론, 관리 시스템과 입주민 편의성, 안전 대책까지 고려한 정밀한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한국생태건축학회 김학겸 이사는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저층 아파트에 비해 초고층 아파트는 주변 인프라 및 시설과의 접근성, 높은 투자가치 등 다양한 이점이 존재하며, 상대적으로 거래가격이 높아져서 자산증식의 효과가 높아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면서도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증가와 건강 관련 문제, 대피의 어려움, 소음 및 기후문제, 정신적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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