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없다 … 돼지 삼형제가 만든 공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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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없다 … 돼지 삼형제가 만든 공포일 뿐"

작곡가 이하느리, 음악극 도전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 비틀어
실체없는 믿음의 구조 파헤쳐

사진설명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동화 '아기돼지 삼형제'가 작곡가 이하느리(사진)의 손에서 추상적이고 기묘한 음악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오는 15~17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를 통해서다. 이 작품은 동화 원작을 재현하는 대신 이야기의 질서를 해체하고,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는 인간의 심리를 파고든다.

이하느리는 지난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려움, 소문, 신념, 편견, 종교, 이념처럼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고, 때로는 현실보다 더 강한 힘을 갖기도 한다"며 "이러한 믿음의 구조를 '늑대'라는 상징을 통해 바라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작품에는 돼지들을 위협하는 늑대가 등장하지 않는다. 늑대는 세 형제가 만들어낸 믿음이자 공포에 가깝다. 존재하지 않는 늑대를 두려워하는 동안 말과 행동은 반복되고, 차츰 망상이 현실을 대체하는 지경에 이른다. 세 형제의 기억과 언어, 몸짓이 서로에게 전염되면서 누가 첫째이고 둘째이며 셋째인지도 차츰 불분명해진다.

작품이 만들어진 출발점은 '누구나 아는 동화를 망가뜨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잔혹한 내용을 어린이 이야기로 포장하는 방식에 흥미를 느꼈고,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적나라하게 풀어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이하느리는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동화도 성인이 된 뒤 다시 보면 결코 순진하거나 정상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작품은 대사보다 음악과 움직임, 공간의 관계를 통해 서사를 전달한다. 이하느리는 "작품은 공연이라는 형식 자체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며 "공연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가, 무대 위에 보이는 것만이 공연인가,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과정 역시 공연의 일부가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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