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무용수와 장애인 배우… 한계도 편견도 없는 무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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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Brian Hartley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Brian Hartley

노년의 무용수와 장애인 배우가 이달 말 무대에 오른다. 모두예술극장은 스코틀랜드 퍼포먼스 ‘메커니즘’을, 국립극장은 무장애 공연 ‘당신 좋을 대로’를 선보인다. 각각 노년의 신체 감각과 장애인·비장애인 배우의 협업을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모두예술극장은 스코틀랜드 퍼포먼스 ‘메커니즘’을 이달 28일부터 30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2025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초연 이후 스코틀랜드 전국 투어와 대만 공연을 거쳐 국내 관객과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다.

공연은 84세의 무용수 크리스틴 타인이 이동식 작업대 위에 천천히 누우면서 시작된다. 그는 균형 잡기가 쉽지 않은 좁고 긴 작업대 위에서 음향 장비를 이용해 자신의 목소리를 층층이 쌓아 올린다. 무대 위 사물 하나하나에 다가가 교감하며 각각의 도구를 공연의 파트너로 변화시킨다.

크리스틴 타인은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오랜 시간 다른 사람의 몸을 다뤄온 그가 자신의 몸으로 무용을 시작한 것은 60대 후반부터다. 이번 작품은 80세 이후 본격 구상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노화를 ‘내 몸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는 관점으로 해석한다.

모두예술극장 관계자는 “이 작품은 단순한 고령 퍼포머의 이야기가 아닌 ‘정상적인 몸’이라는 사회적 기준 자체를 해체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몸의 변화가 가능성의 축소가 아니라,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감각과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지점일 수 있다는 해석을 불러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연출은 10여 년간 크리스틴 타인과 협업해온 스코틀랜드 안무가 로비 싱이 맡았다. 공연은 이달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충정로3가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다.

국립극장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무장애) 연극 ‘당신 좋을 대로’를 서울 장충동2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올린다. 총 7명의 장애인·비장애인 배우가 20여 명의 등장인물을 일인다역으로 연기한다. 한글 자막·음성 해설·수어 통역 서비스가 제공된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제공

이번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극을 바탕으로 한다. 정체를 숨긴 남장 여인 로잘린드와, 로잘린드를 사랑하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사랑에 관해 하소연하는 올랜도의 이야기를 다룬다. 올랜도 역은 장애인 배우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받은 하지성이, 로잘린드 역은 청각장애 부모를 둔 비청각장애인 배우 장혜진이 맡았다.

국립극장은 그동안 ‘틴에이지 딕’ ‘맥베스’ 등 비교적 진지한 정극을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선보여 왔다. 코미디 장르가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올라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혜 연출은 “인간은 비극성과 희극성을 모두 갖고 있다”며 “장애인 아티스트들의 희극성을 만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수어 통역은 일괄 통역이 아니라 배역별 전담 수어 통역사 4명을 통해 이뤄진다. 접근성 보완을 위한 전달 수단을 넘어 희극적 장치로도 수어가 활용된다. 극 중 수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배우가 엉뚱한 수어를 표현해 오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수어 통역사가 이를 다시 음성언어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수어 통역사가 뉴스 프로그램에서처럼 정자세로 서서 수어를 하는 게 아니라, 작품 속 하나의 인물이 되는 것이다.

무대 장치 면에서도 경사로를 보강해 배우가 객석과 무대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들 수 있도록 했다. 공연은 이달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장충동2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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