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11일 총격 피살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4주기 추도 행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서 아베 전 총리의 공적을 언급하면서 “아베 총리처럼 싸우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의원(하원) 정수 감축안 등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며 국회 공전 사태까지 맞았지만 사실상 ‘타협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 이에 향후 연내 개정이 추진되는 ‘안보 3문서’ 등 쟁점 사안을 놓고 여야의 대립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의 ‘강한 일본’ 기조를 재확인한 만큼 대만 개입 등을 놓고 격화된 중일 간의 대립 상황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다카이치 “국론 양분하는 과제에 과감히 도전”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아베 전 총리의 재임 시절 주요 정책이었던 ‘아베노믹스’,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자위대 투입을 가능케 한 ‘집단적 자위권’의 일부 용인,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교섭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베 전 총리는) 국론을 양분하는 과제에 과감히 도전했다”며 “주위의 비판이 있더라도 도전하지 않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새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야당이나 일부 여론의 반발이 커지더라도 핵심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한 것. 이에 최근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도 재정을 확대하는 ‘사나에노믹스’의 실현, ‘비핵 3원칙’ 재고를 포함해 중장기 안보 정책을 담은 ‘안보 3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개정 등 쟁점 정책 실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올 3월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아베 전 총리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강고한 미일 동맹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했다. 미일 동맹 강화 과정에서 이미 고인이 된 아베 전 총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것.다만 ‘아베 후계자’로 불리는 다카이치 총리는 이례적으로 아베 전 총리와의 차이점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 성격도 능력도 업무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다”면서 “나는 나일 뿐이라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서도 고뇌 속에 있다”고 털어놨다. 평일 저녁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대외 활동을 활발히 했던 아베 전 총리와 달리 관저에서 ‘나 홀로 업무’에 집중하는 본인의 스타일에 대한 일각의 비판과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0월 취임해 집권 10개월 차를 맞은 다카이치 총리가 야당의 반발은 물론이고 자민당 내 일각의 ‘불통’ 비판에도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은 여전히 탄탄한 지지율을 기록하기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10일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 후 지금까지 평균 6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고위 안정(高位安定)’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자민당 지지층의 내각 지지율은 87~93%에 달하고, 무당파 지지율도 40~60%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日, 中 향해 “국제 법치주의 저해” 비판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12일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대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10주년을 맞아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광범위한 해양 권리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음을 재확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 명의 담화문을 통해 “중국이 중재 판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UNCLOS)’에 담긴 국제법에 따른 평화적 분쟁 해결 원칙에 위배되며 국제사회의 법치주의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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