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기업의 이른바 ‘생계형 담합’에 한해 규제에 예외를 두기로 했다. 정치권의 입법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제도 검토를 주문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공정위는 관련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달 정부안 형태로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시장 경쟁 훼손 우려를 감안해 예외 적용 대상은 대기업을 상대하는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시장 영향력이 큰 ‘슈퍼 을(乙)’은 제외하기로 했다.
◇ 이르면 다음달 정부안 마련
6일 정치권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단가 등 거래 조건을 공동으로 요구하는 행위를 담합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업계가 가격 수준을 맞춰 요구하면 담합으로 간주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협상 과정으로 인정하는 예외 규정을 공정거래법에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협동조합에 한정됐던 논의가 공정위로 넘어오면서 적용 대상이 개별 중소기업으로 확대됐다. 제도가 도입되면 개별 협상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 등을 납품단가에 보다 수월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이달 의견 수렴과 여당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에서 허용 범위를 먼저 정한 뒤 중기부가 같은 기준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며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 대통령 주문에 급선회
그동안 공정위는 “담합엔 예외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담합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하게 규제하는 행위이고, 가격 인상 부담이 다른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년 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한해 우월적 지위의 거래 상대방에게 공동으로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행위를 담합에서 제외해달라는 법안이 발의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1일만 해도 국회 법안소위에서 중기부와 공정위 간 이견이 재확인됐다. 당시 중기부는 “공정위와 여전히 입장차가 있다”고 했다. 교착 상태이던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대통령이 담합 규제 문제를 끄집어내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납품단가 반영 구조를 문제 삼으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고, 이후 공정위 내부 논의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기업 공동행위 허용은 이번 정부 국정과제이자 이 대통령이 2021년 대선 때부터 제시해온 공약이다.
◇ 거래 상대 범위, 막판 쟁점
다만 공정위는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동 협상’은 허용하되, 가격이나 물량을 직접 정하는 수준의 공동행위는 금지하는 방향으로 선을 긋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적용 대상 역시 중소기업 전체가 아니라 시장 구조를 기준으로 걸러낼 방침이다. 과점 구조를 이루고 있거나 이미 협상력을 갖춘 기업은 제외한다는 얘기다.
자칫 담합 예외 적용으로 소비자가격이 과도하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공정위는 중소 제조업 거래의 86.8%가 기업 간 거래(B2B)인 만큼, 집단 협상이 허용될 경우 가격 인상이 연쇄적으로 전가돼 최종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에 공정거래법에는 원칙적 예외만 두고,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동행위에는 사전 신고를 요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거래 상대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막판 쟁점으로 남아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 거래에 한정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반면, 중기부는 중견기업과 공공기관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집단 협상 허용이라는 큰 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세부 기준을 둘러싼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김대훈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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