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량·부실 섞인 코스닥 수술”…1부 승격에 ‘실적 성장세’ 도입 검토

1 hour ago 2

민경욱 거래소 코스닥본부장 인터뷰
매출·영업익 증가율 반영 검토
‘성장성·안정성’ 균형이 핵심 과제
우량 1부 기업엔 체급맞는 책임부여
코스피형 ‘지배구조보고서’ 공시 검토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사진 김호영 기자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사진 김호영 기자

 “시장의 역동성을 갉아먹는 부실기업들이 코스닥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입니다. 퇴출과 함께 ‘코스닥 승강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개장 30주년을 맞는 코스닥 시장의 승강제 윤곽이 오는 9월 말 공개된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1일 코스닥 30주년 행사에 맞춰 개편 방향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벤처업계와 중소형 상장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더 폭넓게 반영하기 위해 시점을 늦췄다.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으로 나누는 시장구조 개편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기존 코스닥 소속부 제도를 폐지하고 우량 혁신기업은 프리미엄 세그먼트로 올리며 부실위험 기업은 관리군으로 분리하는 사실상의 승강제 방식이다.

코스닥 활성화의 키맨으로 꼽히는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부이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늦어도 9월 말에는 대략적인 개편안 내용을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중에는 본격 시행한다는 목표로 코스닥 승강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래소가 일정을 늦춘 것은 세그먼트 편입 기준을 둘러싼 시장 우려를 제도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벤처업계와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시가총액이나 재무실적 중심으로 세그먼트를 나눌 경우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딥테크 등 코스닥 혁신기업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성장성 어떻게 담을지가 관건

민 부이사장은 이번 개편의 핵심 과제로 성장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꼽았다. 실제 거래소는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 증가율 등 성장성 지표를 프리미엄 세그먼트 기반 지수에 반영했을 때의 성과와 적합성을 분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정성만 앞세우면 기술주 시장인 코스닥의 혁신성과 성장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거래소는 최근 출범한 세그먼트 자문단을 통해 자산운용업계와 벤처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단순 대형주 묶음이 아니라 성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갖춘 ‘코스닥형 우량 성장주’ 바스켓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다. 민 부이사장은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단순 대형주 묶음이 아니라 성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갖춘 코스닥형 우량 성장주 바스켓으로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부실기업은 관리군으로 분리

승강제의 또 다른 축은 부실기업 분리다. 프리미엄이 우량기업을 끌어올리는 장치라면, 관리군은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부실위험 기업을 떼어내는 장치다. 거래소가 코스닥을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으로 재편하려는 배경에는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이 한 시장에 섞여 있는 구조 자체가 코스닥 전체의 할인 요인이 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민 부이사장은 “1800개가 넘는 종목을 나열해 놓고 알아서 좋은 기업을 고르라고 하는 것보다 집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기관의 코스닥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세그먼트가 우량기업을 선별해 보여주는 상단 장치라면 관리군은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는 기업을 분리하는 하단 장치인 셈이다.

관리군에는 기존 관리종목과 투자주의 환기종목이 우선 포함될 전망이다. 거래소는 여기에 기존 제도상 관리종목이나 환기종목은 아니어도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한 기업을 추가 편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리군은 단순한 퇴출 대기실이 아니라 정상 세그먼트 복귀를 유도하는 장치로 설계된다. 부실위험 기업을 별도로 구분해 다른 세그먼트로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해당 기업에는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구조다. 그는 “관리종목과 투자주의 환기종목 외에 어떤 허들을 둘지는 컨센서스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충분히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기업이 속할 스탠다드 세그먼트는 코스닥의 ‘2부 시장’이 아니라 표준기업군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거래소는 스탠다드를 기본 축으로 두고, 성장성과 시장 신뢰를 입증한 기업이 프리미엄으로 올라가는 승급 사다리를 만들 계획이다.

스탠다드 세그먼트의 핵심은 대다수 코스닥 기업을 단순한 중간 단계로 묶어두는 데 있지 않다. 거래소는 스탠다드 기업이 기술력과 성장성을 시장에서 입증할 경우 프리미엄 세그먼트로 올라갈 수 있는 경로를 명확히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코스닥 승강제가 기업을 서열화하는 제도가 아니라 우량기업에는 더 넓은 투자 저변을 제공하고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에는 상위 세그먼트 진입을 유도하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는 의미다.

프리미엄에 ‘코스피급’ 의무 부여

프리미엄 세그먼트에는 혜택과 의무가 함께 부여될 전망이다. 거래소는 프리미엄 기업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시와 기업설명회(IR), 지배구조 수준도 코스피 우량 상장사에 준하는 단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단순히 시가총액이 큰 기업을 모아놓는 데 그칠 경우 기존 코스닥150이나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와 차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평가는 프리미엄 세그먼트의 주요 기준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에서 기업지배구조 평가 등급 요건이 활용되고 있는 만큼 새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도 지배구조 수준이 중요한 선별 기준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기업에 코스피 상장사처럼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발간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 부이사장은 “상위 세그먼트에 들어가려면 코스피 시장에 준하는 정도의 지배구조나 평가등급은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시간이 지나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같은 것도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금 유입 측면에서는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 연계가 관건이다. 거래소는 과거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가 시장 반향을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연계 ETF의 흥행 실패를 보고 있다. 이번에는 세그먼트 도입 단계부터 운용업계와 협력해 프리미엄 기반 지수와 코스닥 ETF 생태계를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첨단전략산업 육성 기조와 국민성장펀드 조성도 우호적인 변수다. 국민성장펀드 집행과 코스닥 세그먼트 기반 ETF 확대가 맞물리면 코스닥으로 향하는 장기 투자자금의 핵심 통로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민 부이사장은 “국민성장펀드가 본격적인 집행을 앞두고 있고 시장에서는 코스닥 액티브 ETF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며 “이런 우호적인 상황에서 코스닥 세그먼트가 자리 잡으면 이전상장을 고려하던 우량기업들도 시장 잔류를 선택하고 기관투자자 유입도 늘어나는 등 코스닥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상장 혁신기업에는 프리미엄 세그먼트 수시편입 통로를 열어주는 방안도 검토된다. 정기 편입을 기본으로 하되 시장에서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이 코스닥을 선택할 경우 상장 직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프리미엄 세그먼트에 빠르게 반영하는 구조다. AI와 딥테크 기업이 코스피나 해외 증시 대신 코스닥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민 부이사장은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술기업들이 코스닥을 선택한다면 거기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한다”며 “조기 편입이 가능하게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식 쏠림과는 다르다”

벤처업계 일각에서는 일본의 시장 개편 이후 프라임 시장으로 자금이 쏠린 사례를 들어 낙인효과를 우려하기도 한다. 지난 15일 벤처기업협회와 VC협회, 스타트업포럼 등은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의 시행 유예와 재검토를 요구했다. 소수의 우량기업을 선별해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만들면 거기에 속하지 못한 기업이 ‘비우량기업’으로 인식되고 자금도 프리미엄에 집중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코스닥 승강제가 일본식 재편과는 구조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일본은 기존 시장 제1부 기업 대부분을 프라임으로 옮기며 상위 시장 중심 구조를 강화했지만, 코스닥은 소수의 혁신 우량기업만 프리미엄으로 선별하고 대부분은 표준기업군인 스탠다드에 둔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프라임 시장의 시가총액은 일본 증시 전체의 96.4%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자금 유치를 위해 상위 시장을 집중 육성한 일본과, 스탠다드를 중심으로 시장 전체의 투자 기반을 넓히려는 코스닥 개편은 정책 목표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민 부이사장은 “코스닥이 하려는 개편은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라며 “세부 방안은 특정 기업집단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각 세그먼트 명칭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세그먼트 도입 이후에도 정책의 초점이 프리미엄 기업에만 맞춰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스탠다드 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확대하고, 프리미엄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스탠다드는 코스닥의 기본 시장이고 일부 우량기업은 위로, 부실위험 기업은 아래로 분리하는 구조”라며 “세그먼트 도입의 궁극적인 목표는 특정 기업군이 아니라 코스닥 시장 전체로의 투자 확대”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시장 안팎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업계와의 소통도 확대할 계획이다. 민 부이사장은 “최근 출범한 세그먼트 자문단을 포함해 필요할 경우 어떠한 의견도 들을 준비가 돼 있다”며 “제도의 취지와 의도를 지속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오해가 있다면 얼마든지 해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통 과정에서 좋은 의견은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 승강제는 우량기업을 위로 올리는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부실위험 기업은 관리군으로 분리하고, 스탠다드 기업에는 스케일업을 통한 승급 경로를 열어주며, 프리미엄 기업에는 더 높은 수준의 정보 제공과 지배구조 책임을 요구하는 3단 구조다. 코스닥의 디스카운트 요인을 걷어내고 기관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성장주 투자 시장으로 다시 설계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본질이다.

민 부이사장은 “최근 증시 자금이 코스피 대형주로 전례 없는 쏠림을 보이며 코스닥 시장의 부진이 매우 안타깝다”며 “위기가 곧 기회이듯 세그먼트 도입을 통한 시장 체질 개선이 코스닥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