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는 리그1으로 추락한 버밍엄시티의 화끈한 챔피언십 승격을 일군 일등공신이다. 이제 그는 프리미어리그 승격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려 한다. 사진출처|버밍엄시티FC SNS
“‘3부 리거’ 꼬리표를 떼어냈으니 나름 성공적이었다. 이젠 꿈의 무대를 바라보겠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승격이라는 큰 성취를 이룬 축구국가대표팀 미드필더 백승호(28·버밍엄시티FC)가 활짝 웃었다. 버밍엄시티는 4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2024~2025시즌 리그1(3부)에서 34승9무3패, 승점 111의 경이로운 성적으로 우승과 승격을 모두 이뤘다.
이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승점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05~2006시즌 챔피언십 레딩이 쌓은 106점이었다. 프리미어리그(EPL) 최다 승점은 2017~2018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100점이다. 잉글랜드는 리그2(4부)까지 프로 무대로 규정한다.
백승호의 활약도 돋보였다. 정규리그와 각종 컵대회를 포함한 50경기(1골·4도움)를 소화하면서 에이스 역할을 했다. 길고 치열했지만 보람도 큰 시즌을 마친 백승호는 ‘스포츠동아’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승도 했고, 경기도 많이 뛰었다. 무엇보다 ‘3부 리거’의 꼬리표를 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성공적인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1년 전만 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거취 고민이 많았다. 버밍엄시티가 챔피언십 22위에 그쳐 리그1으로 강등이 확정된 상황에서 리즈 유나이티드와 블랙번 로버스, 셰필드 유나이티드 등 여러 팀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버밍엄시티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적 불가’ 방침을 일찌감치 세웠고, 오히려 재계약을 요구했다. 다만 일방통행은 아니었다. 인상된 연봉을 제시했고 구단은 물론,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이 직접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며 선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를 썼다. 결국 백승호는 지난해 10월 버밍엄시티와 2028년 6월까지 재계약을 맺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솔직히 (백승호가) 3부 리그에서 뛸 만한 실력은 아니지 않느냐”고 걱정했다. 백승호는 “내 마음대로 이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나 적지 않은 나이에 (재계약이라는) 도박이라면 큰 도박을 했다. 그럼에도 최대치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버밍엄시티의 챔피언십 승격을 이끈 백승호(왼쪽)는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다. 사진출처 | 버밍엄시티FC SNS
무엇보다 백승호의 잔류 결심을 굳히게 만든 것은 데이비스 감독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축구 철학과 방향이 확실하다. 전술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있다. 이런 감독과 함께 한다면 한층 발전하고, 팀도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것이 백승호의 이야기다.
‘3년 내 EPL 복귀’를 목표로 내건 버밍엄시티의 노력도 칭찬할 만 했다. 잉글랜드의 모든 팀들이 EPL을 바라보지만 모두가 같은 입장은 아니다. 승격에 필요한 부분을 실행에 옮기지 않은 채 말만 번드르르하게 떠벌리는 구단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버밍엄시티는 달랐다. 백승호는 “여러 모로 일반적인 리그1 수준이 아니었다. 전폭적인 투자로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꾸준히 데려와 전력을 끌어올렸다”면서 “경기장과 클럽하우스, 트레이닝 시설과 선수 육성 및 훈련 시스템 등 모든 부분을 한층 발전시켰다. 모든 걸 눈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두 지난 일이 됐다. 백승호는 이제 새로운 꿈을 가슴에 품었다. 버밍엄시티를 2025~2026시즌 EPL로 올리는 작업이다. 1997년생인 그는 북중미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다. 팀 내 베테랑이자 리더로 모든 걸 쏟아내려 한다.
“승격 자체가 엄청난 동기부여가 아닐까 싶다. 나이로 보나 시기로 보나 마지막 좋은 기회라고 본다”는 백승호는 “리그1에서 보낸 시즌은 10점 만점에 7점을 주고 싶다. 공격 포인트가 많이 부족했다. 새 시즌은 더 좋아지고 강해져야 한다. 포인트도 늘려야 한다.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단단한 의지를 드러냈다.
버밍엄시티 백승호의 시선은 이제 소속팀의 EPL 승격으로 향한다. 사진출처|버밍엄시티FC SNS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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