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치적용 ‘출렁다리’ 헛돈 쓰고… 올 선거엔 전국 9곳 “돔구장”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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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마다 혈세로 지역시설 공약]
공공시설 운영비 ‘눈덩이 적자’ 예측… “복지에 쓸 돈 마르는 역설적 상황”
수천억 드는 돔구장 건립 공약 난립… “관객 모을 콘텐츠 부족땐 흉물 우려”
전문가 “뻥튀기 수요예측 막아야”

강원 양구군 양구읍 월명리와 상무룡리를 잇는 상무룡 출렁다리가 안전 문제로 한 달 넘게 통행이 통제된 가운데 19일 상무룡리 주민들이 출입 통제 안내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구=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강원 양구군 양구읍 월명리와 상무룡리를 잇는 상무룡 출렁다리가 안전 문제로 한 달 넘게 통행이 통제된 가운데 19일 상무룡리 주민들이 출입 통제 안내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구=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전국의 출렁다리가 2010년 110개에서 지난해 259개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건 자치단체장이 임기 내 손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공사 기간이 1∼2년에 불과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지을 수 있는 출렁다리는 자치단체장의 ‘치적 쌓기’ 사업으로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57억 원을 들여 2021년 완공한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개장 첫해 103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았지만 지난해에는 73만 명으로 줄었다. 같은 해 158억 원을 들여 완공한 충남 논산시 탑정호 출렁다리는 3년간 유지관리비만 22억 원이 들었다.

● 선거 때마다 공공시설물 경쟁, 이번엔 ‘돔구장’

지방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공공시설물 건립 공약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쏟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 ‘출렁다리 경쟁’이 벌어진 데 이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돔구장 건설 공약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돔구장을 짓겠다는 공약이 등장한 지역은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까지 더해 전국 9곳에 달한다. 충청 지역에선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김영환 충북도지사 모두 5만 석 이상의 돔구장 건립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도 “야구와 공연과 전시, 쇼핑을 즐기는 돔구장을 만들겠다”고 했고, 민주당 이원택 전북도지사 후보도 프로야구 11구단 창단과 함께 다목적 복합 돔구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초자치단체까지 가세했다. 경기 화성시(99만 명), 파주시(53만 명), 광명시(30만 명), 구리시(18만 명)에 더해 충북 청주시(85만 명)에서 돔구장을 짓겠다는 공약이 등장한 것. 현재 국내 돔구장은 서울 고척스카이돔 1곳뿐이다.

이처럼 돔구장 공약이 쏟아지는 이유는 높아진 프로야구 인기에 편승해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데다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돔구장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문제는 예산이다. 100억 원 안팎의 공사비가 드는 출렁다리와 달리 돔구장은 최소 수천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2015년 말 문을 연 고척스카이돔은 1만6000석 규모로 짓는 데 2700억 원이 들었다. 10년 사이의 물가 상승률과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 돔구장 건설 비용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역시 돔구장 건설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건설 후 유지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돔구장은 건립비뿐만 아니라 큰 고정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형 관객을 정기적으로 모아야 한다”며 “기본적인 배후 인구와 가동 일수를 채울 콘텐츠가 부족할 경우 돔구장을 지어놓고 흉물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시설 관리하느라 복지에 쓸 돈 말라”

공공시설물과 관련해 ‘일단 짓고 보자’는 움직임은 고스란히 시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행정안전부가 건립 비용이 100억 원 이상 투입된 전국 공공시설 532개의 운영을 분석한 결과 2024년 적자를 기록한 곳은 464개(87.2%)에 달했다.

전체 적자 규모도 매년 늘고 있다. 2022년 7006억 원이었던 적자는 2024년 9483억 원으로 늘어나 1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광역 지자체별로는 경기도가 2008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가장 크고, 서울 1726억 원, 울산 843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공공시설물 관리 비용은 자연히 지자체의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된 특수성 때문에 관리해야 할 공공시설 유지관리비가 1285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지난해 받은 보통교부세는 1159억 원에 불과해 시설 운영비를 이보다 더 썼다. 이 때문에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시설을 관리하느라 시민을 위한 복지와 지역 개발에 쓸 돈이 마르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 “실제 적자 폭 더 커”… 제주는 4배 이상

행안부가 운영 현황을 집계하는 시설은 건립 비용 기준 광역자치단체 200억 원, 기초자치단체 100억 원 이상이기 때문에 “실제 지자체의 적자 폭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행안부 통계로는 2024년 17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자체 집계로는 공공시설물 적자 규모가 약 720억 원에 달했다. 도내 공공 수영장 13곳 등 건립비 100억 원 미만 시설의 적자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실현 가능성을 토대로 한 주민 공공시설물 건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자체별로 시설물 유형별 ‘재정 투자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투입 비용과 총수입 등에 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건립 단계부터 뻥튀기 수요 예측을 막고 공사비는 물론 운영비, 유지관리비 등을 고려해 시설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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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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